우리나라 이동전화 가입자는 단기간에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7월말 현재 약 2천6백20만명으로 인구 대비 세계 6위 보급률을 보이고 있다.

이제 이동전화는 통신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엔터테인먼트,스케줄 관리,전자상거래 등 ''생활 동반자''로서의 기능까지 그 역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의 폭발적 보급에 비해 이동전화 사용문화는 제대로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하철이나 거리에서 주위 사람에게 방해가 될 정도의 고성으로 통화하는 것은 예사다.

학교 강의실이나 공연장 등 정숙이 요구되는 곳에서도 너 나 할 것 없이 휴대폰의 벨 소리가 마구 울려대고 있다.

외국의 유명한 성악가가 내한 공연도중 노래를 멈추고 관객들에게 핸드폰을 꺼달라고 부탁했던 낯부끄러운 일도 있었다.

지난 7월말 정보통신부는 공공장소의 소음 공해와 관련,예술의 전당,서울대 국제회의실 등 15개 건물에 전파차단-진동모드 변환장치를 설치하고 1년간 시험 운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가·시민단체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그 운용결과를 평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동안 공공장소에서의 지나친 소음과,무절제한 사용에 대한 대책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태였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그러나 이 역시 합리적인 검증 과정과 선행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아무때나 아무데서나 통화를 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그것이 사업에 방해가 된다고,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설 전파차단장치를 마구 설치하여 이동전화 사용자들의 통화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문제다.

최근 고객들의 통화불능지역에 대한 불만을 접수하다 보면,전파차단장치가 설치된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통화품질 문제를 항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고객들 모두 이동통신 사용에 대한 기본요금은 물론 전화세까지 부담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통화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특정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는 통신 서비스를 허가받고 주파수 점용료를 부담하는 통신 사업자의 사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며,국민의 재산인 주파수 자원의 자유로운 흐름을 방해하여 전파 오염을 조장하는 행위인 것이다.

특히 기존에 설치된 많은 전파차단장치들이 기준 주파수 대역을 초과함은 물론 출력도 4㎿에서 1W정도까지 제 각각이어서 기술규격에 맞지도 않고 TRS 등 다른 통신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는 실정이다.

결국 전파차단에 대한 당위성이 검증되지 않은 장소에 임의로 차단장치를 설치하고,또 이에 대한 안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무고한 고객과 이동전화 사업자,주파수 자원이 모두 피해를 입어온 것이다.

정부에서는 전파차단장치 설치시 장소에 대한 타당성을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검증한 후 허가해야 할 것이다.

또 장소의 성격에 따라 전파 차단을 할 것이냐, 진동모드 전환을 할것이냐를 신중히 결정하되 한편으론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예처럼 응급전화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의 이동전화는 단순한 통화 기능보다는 인터넷 검색,전자상거래 등 모바일 네트워크(Mobile Network)기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통화 차단이 곧 이런 총체적 서비스의 차단을 의미한다는 점도 신중히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을 방문하는 이동전화 사용자들이 전파차단을 인지할 수 있도록 확실한 고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선 전국에 불법적으로 산재해 있는 전파차단장치를 신속히 철거해야 할 것이다.

전파 차단이 또 하나의 ''통신 스트레스''로 전락하지 않고 다수의 공익을 위한 선의의 대책으로 자리매김할 때,우리나라는 통신선진국으로 한 발 더 다가설 것이다.

ykl@n016.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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