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위기설이 쉴새없이 제기돼 왔지만 국제유가 폭등,반도체 가격하락에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에 따른 대외신인도 하락까지 겹쳐 발생한 주가폭락 사태는 잠재적 위기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국제유가는 연일 10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지역 정세마저 심상치 않아 전 세계가 제3의 오일쇼크를 걱정하고 있는 등 대외경제 환경은 날로 악화되고 있고 국내경제 상황도 겉으로는 멀쩡한 것 같지만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금융불안은 위험수위에 이른지 오래고 체감경기도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증시침체에다 채권시장까지 마비돼 기업들은 돈 가뭄에 허덕이고 있고, 경기 양극화 및 소득분배 악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는 유가 의보료 인상에다 생활 물가상승까지 겹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기다가 대우에 무려 23조원에 이르는 분식회계가 있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포드가 대우차 인수를 포기하고, 우리 증시를 떠받쳐 주던 외국인 주식투자자들도 지난 1개월 사이 1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해 돈 보따리를 챙겨 떠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위기해결의 중심이 돼야할 정부는 땜질식 처방만 남발해 문제해결 능력을 의심받고 있고,정치권은 정쟁으로 낮밤을 지새우고 있다.

여기다가 노동계 의료계 등 이익집단까지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어 "한국에는 말만 많지 되는 것이 없다(many words without deeds)"는 빈정거림을 듣던 외환위기 직전 상황과 흡사해 불안하기만 하다.

작금의 위기상황이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위기를 현실로 직시하고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극복에 나서는 길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있을 수 없다.

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화야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구조개혁을 서둘러 금융불안을 잠재우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시급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구조개혁 청사진을 조속히 제시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치권이나 노조 등 이익집단도 개혁의 발목만 잡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야당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구조개혁 관련법안과 공적자금 문제에 대해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되 조속한 처리에는 협조해야 한다.

현 여당이 금융개혁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아 외환위기를 맞았다고 비난한 야당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