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로키산맥이 바라다보이는 콜로라도주 아스펜에 와서 데이비드 거르겐 아스펜 재단 회장의 세계화에 대한 통찰력있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내게 매우 뜻깊은 일이었다. 그의 논지는 세계화는 이미 수천년 동안 존속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요즘 시대에 접어들어 전세계 국가들의 연결성과 상호의존성이 강해지면서 세계화가 직·간접적으로 우리의 일상사에 더욱 파고들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나도 세계화가 오랫동안 계속돼왔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의 절친한 친구 아마르티아 센(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교수가 얼마전 얘기해 준 ''쿠파마두카''(kupamaduka) 일화는 이러한 논지를 잘 설명해준다.

쿠파마두카는 산스크리트어로 ''우물안 개구리''를 말한다.

우물 밑바닥에 사는 이 개구리는 가끔씩 위에 빛이 비쳐질 때 주위에 물이 있고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다.

그래서 우물이야말로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연히 우물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미지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 과정이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세계화는 그것이 폭력이든 무역이든 환경이든 개개인 일상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세계화의 일례로 손꼽히는 것은 지난 97년의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다.

태국에서 발발한 외환위기는 급속도로 전세계에 번져나갔다.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세계화 경향은 인터넷에서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지식과 아이디어의 공유로 세계는 하루가 다르게 하나로 연결되어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세계화에 대해서는 찬성론과 반대론이 양립하고 있다.

한 나라의 노동기준이 타국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가.

각국은 저마다 산업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가.

선진국의 경우 일자리를 저임금 국가 근로자들에게 빼앗기고 있지 않는가 등등 각종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쿠파마두카의 교훈을 짚어봐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로 머무르지 말고 글로벌 커뮤니티의 구성원으로 각자를 생각해야 한다.

''지속적인 개발''이라는 범세계적 과제를 놓고 볼 때 가장 큰 장애는 극소수만이 세계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대선 후보들을 보라.그들이 최근 내놓고 있는 공약들을 자세히 살펴보라.앨 고어나 조지 W 부시는 모두 국내 이슈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지 않다.

세계라는 공동체는 각국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60억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미국에만 2억7천만명이 있다.

세계 인구 중 48억명은 개발도상국에 속해있다.

이 중 30억명의 인구는 하루에 2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생계를 유지해가고 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에 살고 있는 사람은 12억명에 불과하다.

이 세상에 30조달러의 돈이 있다면 이 중 3분의 2는 미국과 유럽,일본이 굴리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몫은 단지 20%에 불과하다.

인구로 보면 8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보화 사회로 가면서 이같은 빈부차는 갈수록 심해질 것이다.

25년 후면 세계 인구는 80억명이 될 것이고 이중 68억명은 개발도상국 국민일 것이다.

글로벌화된 세상에서 빈곤이라는 문제는 비단 일부 국가만의 짐이 되지 않는다.

곧 우리 자신의 이익에 직결되는 문제다.

세계의 지도자들은 이 시점에서 진정한 글로벌 시민의 역할이란 어떤 것인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정리=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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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가 최근 미국 아스펜 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한 연설문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