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회사(로펌)들이 서울 테헤란 밸리로 옮겨가고 있다.

법무법인 화백이 이달초 아셈타워로 이전했고 벤처전문로펌인 IBC도 다음달초 테헤란로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긴다.

벤처전문 로펌 1호격인 지평법률사무소가 지난 4월 테헤란로에 둥지를 틀었고 태평양 율촌 광장 등 중견 로펌들이 2∼3년전부터 이곳에서 출범한 데 이어 로펌들의 주소가 잇따라 테헤란로 근처로 바뀌고 있다.

이들 로펌은 특히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에 발맞춰 해외로펌과 업무제휴를 맺는 등 국내에 새로운 법률서비스를 도입하는 견인차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왜 테헤란밸리인가=이곳을 중심으로 내로라하는 벤처기업들이 집중돼 있어 이들 기업의 법률자문을 맡기가 한결 쉽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기업의 법률자문은 소송뿐만 아니라 컨설팅 금융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다.

로펌의 업무영역이 이처럼 확대됨에 따라 굳히 법률회사가 법원 근처에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수시로 회의를 하거나 밤을 새우는 일이 다반사인 벤처기업의 속성에 발맞춰 빠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로펌의 테헤란밸리 이사 행렬을 부추긴다.

테헤란로 로펌들은 벤처특수를 타고 서울 강북의 전통적인 로펌들을 제치고 벤처법률자문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로펌들의 움직임=이달초 법무법인 화백이 법조타운인 서울 서초동에서 아셈타워 22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화백은 테헤란밸리의 특성에 맞는 법률서비스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기업전문 법률회사로의 완전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벤처기업을 주고객으로 삼기 위한 전략이다.

전체업무의 90%에 달하는 송무업무를 대폭 줄이는 대신 벤처기업 지원,국제거래 등의 비중을 50%대까지 높일 계획이다.

미국과 뉴질랜드 등 해외 로펌과의 업무제휴도 적극 추진중이다.

지평법률사무소는 지난 4월 테헤란로 선릉역 부근에 문을 열었다.

벤처전문 로펌으로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지평이 처음이다.

지평은 지난달 KTB인큐베이팅 마이스터컨설팅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지평은 KTB인큐베이팅의 고객기업에 M&A(인수합병) BM(비즈니스모델)특허 등 벤처 비즈니스관련 서비스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율촌은 벤처기업 모임이 잦은 인터컨티넨탈호텔 앞에 있는 섬유센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리적인 이점을 십분 활용,금융 조세관련 법률 서비스분야에서 굳건히 자리를 잡은 율촌은 벤처기업의 전반적인 업무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태평양은 IMF위기직후 테헤란로의 중심지인 서울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으로 이전했다.

국내 4대 로펌중 하나인 태평양은 벤처기업의 중요성을 인식,벤처강의를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등 벤처기업 관련 법률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빌딩에 자리잡은 광장은 올해초 국제전자상거래팀을 가동시켰다.

인터넷기업에 체계적인 법률 서비스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벤처로펌 IBC도 테헤란로에서 가까운 서울 논현동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서정법률사무소가 포스코빌딩 인근에 새로 문을 열었다.

법무법인 로고스가 서울 역삼동에 사무실을 마련했고 해상·송무 중심의 진리법률사무소도 중소벤처기업 전문로펌을 내세우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화백의 양삼승 대표 변호사는 "서울 테헤란로는 국내외 비즈니스의 중심지이자 글로벌 비즈니스와 연결된 곳"이라며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벤처법무 토털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는 로펌만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