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발톱과 꼬끼리의 다리,그리고 상어의 이빨을 합친다고해서 이상적인 동물이 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우스꽝스런 괴물일 뿐이다.

작물을 빨리 자라게 한다고 뿌리를 잡아당기면 그것은 고사하고 말 것이며 어른의 다리를 붙인다고 아이가 어른 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낡은 비유를 새삼 들추는 것은 최근들어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각 선진국들에서 좋다는 제도는 전부 쓸어담으면서 결과적으로는 기업 경영계에 매우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는 불가측의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투표를 통해 소액주주들도 사외이사 선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금감위의 계획도 바로 그런 범주에 속한다고 본다.

1주1표인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는 논외로 하더라도 사외이사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받는 터에 선임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부터가 의문이라는 말이다.

당국 스스로가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 없음을 인정하고 지난 4월 관련제도를 크게 뜯어고친 마당에 어떤 명분에 밀려 이번에는 집중투표제까지 도입하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의 사외이사제도가 그럴싸하게 운용된다는 점을 높이 산 모양이지만 풍부한 경영자풀을 확보하고 있고 강력한 내적 일체성을 갖고있는 미국 상층부의 사회문화적 풍토와 우리의 무엇을 직접 비교할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집중투표제가 총회꾼의 재등장을 부추기지나 않을까하는 걱정은 말그대로 기우라 하겠지만 현실에서 작동되지 않을 제도라면 이는 위에서 말한 괴물과 하등 다를 것이 없다고 할 것이다.

명분이 아름답다고 반드시 좋은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전후 일본 재벌을 모두 해체해버리기에 이르렀다지만 지금 일본 기업의 경영을 두고 투명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또한 동일한 이치다.

정책은 명분이 아니라 현실을 다루는 것이라는 점을 당국자들은 재인식해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