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선 다변화제도(일본제품 수입규제)가 작년에 완전 폐지된 이후 일본 제품들이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특히 기계류 등 시설재의 경우 주요 수입선이 일본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대일무역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34인치 이상 대형 컬러TV와 3천㏄급 이상 대형차 등 소비재도 앞으로 판매망이 완비되면 국내 시장을 빠르게 파고들 것으로 전망됐다.

대일 수출은 반도체와 컴퓨터 등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이 지난 89년 이래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절대규모 면에서 일제 수입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아 대일역조 시정에는 도움이 안되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는 9일 지난해 수입선 다변화 품목에서 해제된 48개 품목의 수입 동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일 수입이 4억6천만달러로 98년 2억2천5백만달러보다 1백5%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3억9천5백만달러 어치의 일본 제품이 수입돼 지난해 상반기보다 1백55%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 99년 28.4%,올 상반기 44.7%를 기록한 총 수입증가율보다 약 3.5배 가량 높은 수치다.

◆신규 수입 증가=캠코더의 경우 지난 98년 81만달러에 불과했던 대일 수입이 올 상반기에만 3천1백95만달러로 39배나 증가했다.

전기밥솥도 98년 불과 2천달러에 그쳤으나 올 상반기 3백85만달러 어치로 폭증했다.

◆일본으로 수입선 전환=첨단 통신기기와 기계류 등의 경우 일본으로부터 수입이 가능해지면서 이들 제품의 수입국도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일본으로 바뀌고 있다.

휴대폰의 대일 수입은 98년 3만8천달러에서 올 상반기 6천3백20만달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수입시장 점유율 96.5%를 차지했다.

사실상 수입 휴대폰의 경우 전량 일본 제품으로 대체된 셈이다.

자동포장기계와 사출성형기,소형엔진,굴착기,선반,밀링머신 등 기계류의 경우 이러한 ''수입선 전환'' 효과가 특히 두드러졌다.

여기에는 국산 제품에서 대일 수입으로 전환된 부분도 상당한 것으로 추정돼 시설재의 대일 의존도가 더욱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굴착기의 경우 98년까지 일본 제품이 전혀 없었으나 올 상반기에만 2백10만달러 어치가 수입돼 수입시장 점유율 80.4%를 차지했다.

◆소비재 수입 증가 우려=자동차와 컬러TV VTR 등 소비재의 경우 당초 우려했던 수입급증 현상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꾸준히 수입이 늘고 있다.

VTR의 경우 올 상반기 대일 수입액이 2백40만달러로 수입시장 점유율이 98년 8.6%에서 28%로 늘어났다.

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대일 수입액이 1백20만달러에 그쳤으나 국내 판매망 구축작업이 끝나는 2001년부터 3천㏄급 이상 대형차를 중심으로 수입 증가가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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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올 상반기 한국산 제품의 상반기 일본 수입시장 점유율이 5.5%로 지난 89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고 일본 대장성 자료를 인용,9일 발표했다.

이 기간동안 한국의 대일수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4.3%가 증가한 97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입도 1백58억달러로 51.2%나 증가,수출증가율을 웃돌아 대일 무역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6% 늘어난 69억4백만달러로 적자폭이 커졌다.

일본시장에서 한국산 제품 점유율은 89년 6.2%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98년 4.3%까지 하락했으나 지난해 5.2%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 일본의 10대 수입국중 수입시장 점유율 증가율도 12.2%로 원유가 급등에 따라 50%이상 증가한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중동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만(14.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