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경제팀 개편은 바뀐 장관 수로 따지면 대폭이지만 실은 현 경제팀을 보완하는 부분적 개각 성격이 강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고강도의 개혁 지속''보다는 ''안정속 개혁''을 집권 후반기 주요 국정과제로 인식,진념 카드를 선택했다.

시장에선 ''진념-이기호'' 라인이 보다 개혁적 성향인 ''이헌재-이용근'' 라인을 몰아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진념 신임 재경부 장관은 그동안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경제정책에 깊숙이 간여해왔다.

따라서 그를 수장으로 한 4기 경제팀은 현행 경제정책 기조를 완전히 뜯어고치기 보다는 큰 틀을 유지한 채 부작용을 보완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개혁 성향''이란 점에서 전임 경제팀과 기본적으로 같은 컬러지만 구조조정의 방법과 일정에는 상당부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진념 장관은 이날 "정부가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은 원칙없이 세세한 부분까지 시장에 개입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앞으로 경제운용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고 자율과 책임이 경제운용 전반에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금융·기업구조조정은 시장중심으로,자율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시장 친화적이고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개혁에 중점을 두겠다는 말이다.

구조조정 일정은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경제부 고위관료는 "전임 경제팀이 시장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구조조정이 신속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새 경제팀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고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데 역점을 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구조조정을 잘 마무리할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특히 시장에서는 새 경제팀에 구 재무부 출신의 정통 ''금융맨''이 단 한명도 기용되지 못했다는데 대한 우려감도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금융부문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주식시장이 이날 급락한데에는 이런 우려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새 경제팀의 컬러도 개혁성이 떨어진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운찬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진념 장관 체제에선 아무 것도(개혁에) 기대할 게 없다"고 주장했다.

진념 장관에 대해선 조정 능력은 뛰어나지만 책임질 일은 절대 안하는 사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임 경제팀을 두고두고 괴롭혔던 경제팀원간 불화설은 새 경제팀에선 상당부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팀장인 진 장관이 워낙 통이 크고 조정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진 장관,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이기호 경제수석은 이른바 ''한솥밥 관리''다.

모두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호흡이 잘 맞는다.

이근영 금감위원장도 모나지 않은 성격으로 친화력이 강하고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도 차분한 실무형 관료라 정책을 둘러싼 불협화음은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

이근영(63) 금감위원장이 진념(60)장관보다 나이가 많지만 고시로는 진 장관이 훨씬 선배여서 큰 문제가 될 것으론 보이지 않는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도 마당발 스타일인데다 대인관계가 좋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