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황무석이 포장마차 안으로 다시 들어와 수사팀장인 김규정 계장 옆에 앉으며 말을 꺼냈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저를 데리러 오겠다는군요.그놈은 내가 늦으면 항상 그러지요.역시 아들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말씀 낮추시지요"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나이 차이는 20년 가량 될지 몰라도 김 선생도 엄연히 가정을 거느린 가장인데요…"

"아닙니다.말씀 낮추십시오"

김규정이 다시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지요.제 청도 한 가지 들어주신다면…"

"…"

"아들이 올 때까지만 저하고 같이 있어주세요"

"그러지요"

그렇게 해서 그때부터 황무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규정에게 즉각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반말을 하기 전까지 일어난 일이었고,김규정을 붙잡아놓을 수 있었던 연유였다.

두 남자 사이의 반말은 남녀 사이의 성교가 그들간의 사이를 한 차원 높여주듯이,두 남자 사이의 간격을 갑작스럽게 좁혀준다는 사실을 황무석은 실감했다.

여주인이 가스불에 구운 노가리를 두 사람 앞에 놓았다.

"이 안에 있는 음식 다 계산하면 모두 얼마예요?"

황무석의 물음에 여주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황무석이 윗도리 안주머니에서 1백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꺼내 앞에 놓았다.

그러더니 앞에 놓인 술잔을 입안에 털어넣고 다시 채웠다.

그리고난 후 1백만원짜리 수표 30장이 든 두툼한 봉투에서 한 장을 꺼내 놓았다.

"아주머니,이 돈이면 충분할 거예요.오늘은 더이상 손님을 받지 마세요"

김규정이 수표에 시선을 주었다가 그것이 1백만원짜리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했다.

"그 수표 넣으십시오.소주값은 제가 낼 게요.잔돈이 있습니다"

김규정이 지갑을 꺼내들고 1만원짜리 지폐를 서너 장 내놓았다.

그러자 황무석이 김규정이 내놓은 지폐를 우악스럽게 집어 김규정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안 돼.김형 돈은 안 돼.오늘밤 동안 나는 이 돈을 다 써야 해!"

그렇게 말하며 황무석은 다시 술을 마셨고 다시 잔을 채웠다.

"이 돈이 무슨 돈인지 알아?"

"…"

황무석은 자신의 입을 김규정의 귀로 가져갔다.

"우리 회사 진 회장이 오늘 저녁 김형한테 전하라고 준 돈이야…이 돈을 그냥 가져가면 나는 내일 당장 모가지야"

황무석이 자세를 바로 하며 오른손으로 모가지가 잘리는 흉내를 냈다.

"받는 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김규정이 단호한 어조로 강경하게 말했다.

"그래,그러면 할 수 없지.내가 살아남으려면 다 태우는 수밖에…"

황무석은 앞에 놓인 1백만원짜리 수표를 집어 여주인이 노가리를 굽고 있는 가스불에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