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전면 실시를 불과 닷새 앞두고 의료계가 돌연 불참을 선언해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8월 이후에도 외래환자에 대해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재폐업투쟁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이에 맞서 정부는 재폐업하면 주동자를 엄정 사법처리하겠다고 나섰다. 원외처방전을 3번 이상 발행하지 않는 의사에 대해서는 면허도 취소할 방침이다. 더 이상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다.

양측이 충돌할 경우 또다시 애꿎은 국민들만 고통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다 다국적 제약회사와 국내 중견 제약업체들이 의약품의 품귀를 틈타 턱없이 비싼 가격을 부르면서 약국의 처방약 준비에 차질을 주고 있다. 국민을 볼모로 삼으려는 의료계,무능한 정부,잇속을 챙기는 제약회사 때문에 의약분업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는 갈수록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료계 의약분업 불참=대한의사협회는 27일 새벽까지 열린 연석회의에서 의약분업에 불참하고 29일 재폐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결정했다. 26일까지만 해도 폐업투쟁은 하지 않고 의약분업에 참여하면서 장기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던 의사협회의 태도가 돌변했다.

의사협회의 결정에 따라 동네의원들은 다음달 1일 이후에도 외래환자를 진료한 후 약까지 조제해주는 불법행위를 강행할 움직임이다. 의약분업 자체를 무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전국 시·군·구 의사회는 27일 오후 7시부터 일제히 폐업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의협은 투표가 끝나는 29일 재폐업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사협회 집행부는 재폐업투쟁의 명분이 약해 동네의원의 폐업만은 피하는 절충안을 찾으려 하고 있다. 반면 27일 연석회의에서 주도권을 잡은 의권쟁취투쟁위원회는 투표 결과에 따라 즉각 폐업투쟁에 들어가자는 입장이다. 오는 31일부터 동네의원의 재폐업이 강행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공의들도 25일까지 실시된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29일부터 파업투쟁을 강행할 예정이다.

◆강경한 정부=차흥봉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이례적으로 의료계가 의약분업에 불참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원외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 병·의원에 대해서는 약제비와 처방료를 지급하지 않고 해당 의사를 약사법 등에 따라 사법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들이 의원에서 약까지 받더라도 약값을 빼고 2천2백원만 내면 된다”며 국민이 의료계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을 제시했다. 의약분업에 불참하는 병·의원은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차 장관은 또 “의료계의 재폐업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국회에 계류중인 개정 약사법에 임의조제와 대체조제를 금지하라는 의료계의 요구가 반영된 만큼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차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만큼 더 이상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불안한 의약품 수급=한국얀센 한국그락소 한국화이자 한국썰 등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가격 횡포로 인해 약국의 약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삼일제약 일동제약 등 국내 중견 제약사까지 약값 올리기에 가세해 의약분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은 의약품의 가격을 의료보험 기준약가와 비교해 최대 2백73%까지 높여 받기 시작했다. 기준약가는 의료보험에서 보상해주는 최대 가격이어서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환자가 부담하거나 약을 판 약국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얄팍한 상혼이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횡포로 의약분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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