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우리 경제를 이끌 만한 뚜렷한 성장엔진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지금까지 성장을 주도해 왔던 대외환경 요인, 부(富)의 효과와 같은 수요측 성장엔진이 꺼지고 있다.

반면 구조조정 지연, 대체산업 부재로 공급측 성장엔진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과정이 순조롭게 이행되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가 급락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대외환경 요인이 사라진다 =98년8월 이후 우리 경제가 회복됐던 가장 큰 요인은 미국경제의 호황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수입은 매년 12%씩 증가해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창고 역할을 해왔다.

최근들어 미국경제는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미국경기가 둔화될 때 수입감소폭이 성장둔화폭보다 크다는 점이다.

27일 싱가포르 개발은행(DBS)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경제가 완만하게 둔화될 경우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의 대미 수출은 미국경제가 둔화되기 시작한 첫 분기에는 18% 감소하고 2001년 중반까지 약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년들어 5월까지 대미 수출증가율이 33%에 달해 미국의 10대 수입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앞으로 미국경기가 둔화될 경우 우리 경제가 크게 어려움을 당할 우려가 있다.

◆ 역(逆) 부의 효과가 우려된다 =미국경제 호황과 함께 우리 경제회복에 크게 기여했던 것이 주가상승에 따라 자산소득이 늘어난 소위 ''부(富) 효과(wealth effect)''다.

앞으로 미국경기가 둔화될 경우 기업수익 감소로 주가하락이 예상된다.

국내 증시는 98년10월 이후 동조화 계수가 0.85∼0.9에 이를 만큼 미국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대내적으로도 주가를 상승시킬 만한 대체요인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자산소득 비율, 자산소득의 한계소비계수를 감안할 때 주가가 10% 하락하면 0.4%포인트 성장둔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초 이후 주가 하락으로 이미 1.2%포인트의 성장둔화효과가 발생된 셈이다.

부동산 경기마저 얼어붙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 구조조정 효과가 생기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국가들은 초기에 성장을 이끌었던 수요측 성장엔진이 꺼질 경우 구조조정과 성장대체산업 육성을 통한 공급측 성장엔진이 마련돼야 경기급락없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으나 대부분 전문가들과 국제금융기관들은 지금까지 추진해 왔던 구조조정이 아직까지는 성장엔진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이 추진되지 않고 있는 점을 최대 불안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기업구조조정은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할 뿐'' ''경쟁력 제고나 성장엔진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 성장대체산업이 안보인다 =현 정부는 출범 이후 벤처산업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과 인력이 몰리면서 전통적인 성장엔진이었던 제조업이 홀대를 당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벤처기업도 최근에 자금난 심화,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상실이 겹치면서 표류하고 있다.

오히려 초기에 ''벤처 붐''을 타고 출발했던 무늬만 벤처기업들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추가 부담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에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도 ''전후방 연관효과(linkage effect)''가 적어 경제거품화와 산업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