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서:"어디가"는 "어드레 감시니"구요, "이게 뭐야"는 "무신 거라"라고 해요.

태희:재밌네요. 어드레 감시니, 무신 거라? 그럼 나무는 뭐라 그래요?

영서:"낭"이오.

태희:낭?(주변의 나무를 보며) 그럼 여긴 낭만 있는 곳이네.

지난해 개봉된 "연풍연가"에서 제주도 출신인 고소영(영서)이 장동건(태희)에게 제주도 말을 가르치는 대목이다.

장소는 제주도 아부오름 주변의 산책로.

영서와 태희는 산책로를 걸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다.

삼나무가 울창한 숲길은 연인이라면 한번쯤 함께 걸으며 사랑을 키울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제주도는 언제부터인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바다와 산, 성산 일출봉, 산굼부리 등의 관광 명소는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촬영지로 손색이 없다보니 영화인들의 발길이 제주도로 몰려들고 있다.

"쉬리"를 비롯 "이재수의 난" "연풍연가" 등에서 나오는 명장면들은 경치가 빼어난 제주도에서 촬영됐다.

스크린에서의 히트는 곧 시네마 여행상품으로 이어진다.

쉬리가 빚어낸 "쉬리의 벤치"와 "쉬리의 언덕"은 내국인은 물론 일본관광객들이 몰릴 정도로 이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됐다.

"연풍연가"의 배경중 한 곳인 삼나무 숲길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으면서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매혹적인 산책로다.

녹음이 짙은 요즘 "영화속의 주인공"이 되어 테마여행과 데이트를 호젓하게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다.

제주도 동부산업도로와 1112번 국도가 만나는 대천동 사거리에서 성산 일출봉 방향(1112번 도로)으로 가다보면 서유럽에서나 봄직한 숲길이 나오기 시작한다.

관광지인 비자림에 이르는 도로 양 쪽에 삼나무 숲이 울창한 곳이 적지 않다.

이중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이 송당목장내에 있는 삼나무 숲길이다.

영화 "레인 맨"에 나오는 가로수길과 흡사하다.

"레인 맨"에서 톰 크루즈는 요양원에 있는 형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가로수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누는데 "줌 아웃"으로 처리한 장면이 너무 멋있어 기억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목장으로 들어서는 진입로에서 보는 숲길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도로변 양쪽에 빽빽이 들어선 삼나무는 높이가 50m도 넘어 하늘을 가린듯 하다.

숲길은 5백m를 족히 넘는다.

삼나무 숲 사이로 어슴프레 보이는 숲 길 끝에서 하늘과 도로가 맞닿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삼나무 숲길은 중간지점에서 좌우로 길이 나 있는 열십자(+) 모양을 하고 있다.

중간지점에서 길 좌우로 보이는 풍경은 또다른 세상이다.

푸른 초지에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울창한 숲길과 초원이 어떻게 한 눈에 들어올 수 있을까.

삼나무 숲길은 현재 차량 진입이 금지돼 있다.

목장측이 관광객을 태운 차량 출입이 늘어나자 목초지 보호를 이유로 입구를 막아 놓았기 때문.

진입로에 차를 세워 두고 걸어 들어가 숲길을 구경하는 것은 가능하다.

건영목장의 삼나무 숲길을 지나면 만나는 아부오름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이색절경.

수중에서 솟아난 화산인 탓에 분화구 주변이 넓게 퍼진 형상이다.

10여분 걸어 정상 분화구에 서면 멀리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아련하게 보인다.

뒤로는 한라산 백록담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좋은 곳이다.

분화구 안에는 마치 인공적으로 심어 놓은듯 삼나무가 작은 원을 그리고 있다.

삼나무 숲길은 도로변 안쪽에 있어 여행객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우므로 반드시 지도를 참조해야 한다.

"연풍연가"에서 영서와 태희가 사랑의 감정을 키웠던 코스를 밟아보는 것도 이색적이다.

여행 가이드인 영서는 제주도에 처음 온 태희의 여행을 안내하면서 두 사람간의 사랑이 시작된다.

첫 방문지는 산굼부리.

산굼부리안을 둘러보는 영서와 태희는 서로 어색해 한다.

앞오름과 송악산 도깨비도로 등을 거치면서 이들은 상대방에 대해 호감을 갖는다.

앞오름 고목나무는 영서의 첫키스에 대한 추억이 간직된 곳이다.

송악산은 99개의 크고 작은 완만한 봉우리로 이뤄진 산이다.

도깨비도로는 실제로는 내리막길이지만 오르막길인 듯한 착시현상을 보인다.

두 사람은 강정포구에서 고깃배를 구경하다 신체적 접촉으로 설레임을 느낀다.

둘의 여행은 추자도를 거쳐 한반도의 최남단인 마라도에까지 이른다.

영서와 태희는 마라도 해변에서 일출을 맞으며 첫 키스를 나눈다.

제주=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