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프랑스에서는 전국을 충격에 빠뜨린 근로자파업 시위가 발생했다.

북부지방의 화학섬유업체 셀라텍스 근로자들이 공장폐쇄에 따른 퇴직위로금을 요구하며 인근 뫼즈강에 독성물질인 황산을 5천리터나 방류하는 사건이었다.

자연환경을 인질로 삼은 이같은 파업시위는 전국민을 경악케 했다.

사건 직후 슈벤느망 내무장관은 파업근로자들의 황산 방류를 "공갈협박행위"로 규정하고 "노동자들이 요구관철 수단으로 인근 주민들을 인질로 삼는 일은 온당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노조 대표들도 환경테러 시위에 당황한 나머지,예전과는 달리 파업지지성명을 발표하지 않고 입을 꼭 다물었다.

그 어느 나라보다 환경문제에 민감한 프랑스인들인 만큼 이번 사건으로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오브리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오브리 장관은 "이는 근로자들의 절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내년 지자체 선거를 대비한 선심성 발언이란 게 환경주의자들의 분석이다.

정부 서열 2인자인 노동부 장관의 "노동자 옹호론"에 힘입어 일부 언론은 잠시 셀라테스 근로자들에게 동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값싼 섬유수입 급증으로 자국 섬유산업 근로자들이 직업을 잃게 돼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며 파업 근로자들에게 연민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이틀후 프랑스 전 언론은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환경테러에 굴복한 정부의 태도에 "용기"를 얻은 스트라스부르의 한 양조업체 노동자들이 공장을 가스로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왔기 때문이다.

사태가 이상하게 번지자 프랑스 언론들은 일제히 "노동자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서 폭력적인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논지를 폈다.

"신경제" 산업계가 인력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임무는 폭력시위의 정당화가 아니라 기술훈련을 통해 "구경제"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는 르몽드지의 논평이 요즘 프랑스 경제현실을 잘 말해준다.

< 파리=강혜구특파원hyeku@coo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