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기행을 토대로 한 구도소설로 지난해 출간된 "안으로의 여행"과 짝을 이룬다.
화합할수 없는 이원적 세계의 통일이 주제.
작가는 일찌기 "시(아름다움)는 언 살이 터졌을때 반짝 빛나는 것"이라고 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떨어진"남자.
고아처럼 자라 직장과 가정마저 잃는다.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가장 높은 곳으로 떠난다.
인도 북부에서 만난 임영아는 윤간의 상처를 안고 술집을 전전하던 한국여자.
"나"는 구걸행각을 벌이면서도 당당하고 자유로운 임영아에게서 정신의 사치가 불가능한 밑바닥을 본다.
고통에 몸뒤틀 것도 상처받을 것도 없는 낮은 자리.
"나"는 임영아에게서 더이상 추락할 데가 없는 자의 평화를 느낀다.
"오시는구나,병든 님/넝마 한 겹으로 나는 너를 기다렸다/사방이 무섭고 두려워서 외면한 땅에/몸둘 곳 없이 떠돌다가/이제야 오시는 구나,병든 님"
그러나 "나"는 "병든 님"과 결합하지 못한다.
합일의 순간 임영아를 잃어버린 "나"는 다시 그녀를 찾아 길을 나선다.
결국 "나"는 안나푸르나 아래 이르러 일흔살 노파의 새까만 맨발에서 임영아를 다시 발견한다.
임영아와 "나"는 상생관계에 있는 하나의 통일체였던 것이다.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개가한 어머니의 버려진 자식이었던 "나"는 임영아 혹은 노파로 상징되는 어머니와 화해함으로써 비로소 자유로와졌다"며 "그간의 소설이 수평적인 공간이동을 모색해왔다면 이번 작품은 존재의 내면으로 침잠,수직적인 깊이를 획득했다"고 말했다.
"또하나의 나"는 임영아이자 노파이자 작가 자신이었던 셈이다.
송씨에 따르면 참다운 마음 공부란 사람이 누구나 갖게 마련인 불꽃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불꽃을 다른 형태의 불꽃으로 바꾸는 일이다.
불꽃은 인간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세상의 모든 아픔.
그것을 다른 불꽃으로 바꾸는 작업이 문학이다.
송씨는 수행승 "몽몽"을 통해 석가모니 또한 다음 생에 이룰 신보다 생로병사의 현생을 중시한 인본주의자였다고 말한다.
작가는 인도기행후 산사에 머물며 "이 뭐꼬"를 화두로,잠든 연꽃이란 뜻의 "수련"을 법명으로 참구하기도 했다.
윤승아 기자 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