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은 내가 알아서 챙기는데 정부가 왜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

의약분업을 둘러싸고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아프면 알아서 병.의원에 가고 약국에서 약을 사먹는데 왜 정부가 끼어드냐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의약분업을 하는 이유가 있다.

스스로 진단하고 약을 사먹는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의약품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제도가 바로 의약분업이다.

마약과 같은 일부 습관성 의약품의 매매는 엄격히 제한돼 있다.

그러나 나머지 의약품을 제한없이 사 먹을 수 있어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뜯어 고치겠다는 것이다.

자유롭게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 때문에 한국이 세계 최고의 항생제 내성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렴에 걸렸을 때 사용되는 페니실린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내성률은 77%(보건복지부 집계).

폐렴에 걸렸을 때 국민 1백명중 77명은 페니실린을 사용해도 병이 낫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약분업을 실시중인 인도는 페니실린 내성률이 1.8%로 우리나라의 4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은 10%, 영국은 15%선이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처방비율도 세계 최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처방비율을 22.7%로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58.9%로 2배나 높다.

우리나라는 하루평균 1천명중 33.2명이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다.

독일(10.7명) 덴마크(11.3명) 스웨덴(15.9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높다.

모든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면 할수록 균에 내성을 발생시킨다.

균이 살아남기 위해 항생제를 분해해 무력화하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강력한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면 이에대한 내성균이 새로 생겨난다.

이는 보다 강력한 항생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상이 누적되면 어떠한 항생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가 생겨난다.

주사제 오남용도 심각한 상황.

주사제는 바늘이나 용기중의 철및 유리 등 이물질을 혈관에 넣는 꼴이어서 의식불명 등 긴급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WHO도 주사제 처방빈도를 17.2%선으로 제한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주사제 사용률은 56.6%로 WHO 권고치의 3배에 달한다.

주사 한대만 맞으면 병이 깨끗하게 낫는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몸매관리를 위해 여성들이 이뇨제를 찾고 청소년들이 기침약을 환각제로 사용하는 것도 또다른 의약품 오.남용 사례다.

감기약 안약 피부약 관절염약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부작용을 일으키는 스테로이드도 대표적인 오.남용 의약품이다.

그렇다면 의약분업으로 무엇이 좋아질까.

우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의사가 환자를 정확히 진료해 처방하면 약사가 처방전을 다시 점검, 약을 조제해 주는 2중의 안전정치가 마련된다.

특히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지불했던 약값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은 병.의원과 약국에 약을 덤핑하고 리베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의약품의 원가를 턱없이 높여 왔다.

결국 이 약을 사용하는 국민이 의사와 약사에게 나가는 리베이트 등의 비용을 부담해온 것이다.

또 덤핑약을 팔아 이익을 챙기려는 의사와 약사의 시도가 줄어들어 필요없는 약을 먹지 않아도 된다.

제도적으로 의약품 오.남용이 줄어드는 것이다.

의사의 처방전이 공개되므로 환자의 알권리도 신장된다.

김도경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