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북으로"

코스닥시장 침체로 활기를 잃은 벤처업계에 북풍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개별기업 차원에서 공장을 짓거나 북한측과 제휴를 통해 북한산 제품을 들여오는 일에서부터 벤처기업 대북한 경제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 북한진출을 원하는 기업들을 모아 협의회를 조직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북한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 서비스도 해주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벤처캐피털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KTB네트워크 경남창투 등이 앞장서서 다양한 북한진출 전략을 내놓고 있다.

벤처업계에선 이같은 북한열기가 코스닥시장 장기침체와 벤처투자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새로운 돌파구가 됐으면하는 기대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남북정상회담으로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물류 통신 경협승인절차 등 북한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을 차분히 진행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와함께 벤처업계가 남북경협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추구할 게 아니라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과 공동으로 보조를 맞춰 꼼꼼한 세부일정과 전략을 세우고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벤처기업,북한진출로 새로운 활로 찾는다=북한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벤처기업중에선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의 움직임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이민화 회장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인 지난 5월에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평양에 의료기기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에 다녀왔다.

메디슨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회장은 "올해 안에 총 5백만달러 정도를 투자해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생산품목은 주사기를 시작으로 점차 초음파진단기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확대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 현지공장을 세우려는 메디슨과 달리 지난 4월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은 청우당은 북한과 제휴해 북한산 장뇌삼차를 들여오기로 하고 다음달중에 제품반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뇌삼차는 인공재배한 산삼으로 만든 차.

청우당은 일단 중국을 통한 3국간 거래방식으로 장뇌삼차를 우회수입하고 앞으로 직거래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1천여개 한약재상이 몰려있는 서울 경동시장에서 탄생한 1호 벤처기업인 청우당은 자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통해 장뇌삼차를 유통시킬 계획이다.

개별기업차원이 아니라 대북사업을 전개하려는 벤처기업들이 한데 뭉쳐 협의회를 구성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북한 포털사이트(www.dprk.com)를 운영하는 조선인터넷은 북한 관련 사업을 하고 있거나 희망하는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통일벤처협의회"를 창립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미 한글로닷컴 CJ코퍼레이션 극동문제연구소 등을 비롯한 10여개 업체와 연구소가 참여의사를 밝혔다.

오는 20일 정식출범할 이 협의회는 앞으로 북한 인터넷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벤처사업을 통해 남북경협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협의회를 벤처기업의 대북창구 가운데 하나로까지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다.

한편 북한진출에 관심이 많은 벤처기업들을 돕는 전문 컨설팅 회사도 생겼다.

최근 북한 귀순자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평양컨설팅은 1백여명의 귀순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북한에서 사업을 벌이는데 필요한 각종 정보를 수집.정리해 제공할 예정이다.

평양 출신인 이 회사의 방영철(32)사장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북한자료는 오래된 것들이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올해안에 중국지사를 설립해 중국과 북한 국경지역에서도 최신 정보를 모아 서비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불붙고 있는 벤처기업들의 북한진출과 관련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북한열풍이 코스닥침체 자금난 인력난 인터넷업계대란설 등 각종 악재로 생기를 잃은 벤처기업들에게 좋은 보약이 될 수 있는 "벤처북한특수"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벤처캐피털도 나섰다=대표적인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는 북한에 대한 벤처투자를 본격화하기 위해 최근 중국 베이징에 한중 또는 남북한 합작 벤처지주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또 이 회사 김형기 상무를 중심으로 남북경협팀을 신설,남북 양측의 인력과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이와함께 KTB네트워크는 그동안 투자한 기업들의 모임인 KTBn클럽 회원사들과 공동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성문 사장은 "남쪽이 IMF 위기상황을 벤처붐으로 극복했듯이 북한에서 가능한 벤처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북쪽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창업투자는 투자기업인 우인방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난 5월에 개최한 "통일염원 금강산 자동차 질주 경기대회(금강산 랠리)"를 앞으로 5년동안 열기로 했다.

올해 대회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자한 경남창투는 내년에는 국제모터사이클연맹 국제자동차연맹 등과 함께 금강산 랠리를 국제대회로 만들 계획이다.

경남창투 윤상현 사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한인협회의 도움을 받아 북한 기업들과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며 "북한 기업들을 미국시장에 소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걸림돌 및 공동진출전략=국내 기업들이 북한에 앞다퉈 진출하려는 이유는 우수한 노동력을 활용하고 북한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같은 목적을 이루는데는 먼저 해결해야할 일들이 적지않다.

물류 및 통신을 비롯한 인프라문제와 함께 자유로운 왕래,투자보장,남북경협승인절차,대북투자정보 등이 대표적인 선결과제로 꼽히고 있다.

통일부 이영석 협력과장은 "정부는 물류비 인하,교역 및 경협 관련 승인절차 간소화,남북협력기금 지원,대북투자 관련 정보제공 등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벤처업계의 활발한 북한진출 움직임과 관련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대북사업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1백40여개 회사가 북한측과 경협을 벌여온 중소기업과 협조체제를 만든다면 북한시장에 쉽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지난 11일부터 7박8일 일정으로 8개 중소전자업체 대표들과 함께 방북길에 오른 김영수 한국전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전자 관련 업체라면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가리지 않고 그동안의 대북경협경험을 나누고 함께 협력해서 북한진출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