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국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

젊은 판사시절,혼잡한 차도를 무단 횡단하던 회사원이 즉결법정에 붙들려 왔다.

남들이 위반하니까 자기도 별 생각없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알고도 지은 죄였다.

좀 무겁다 싶었지만 구류 3일을 선고했다.

크게 낙담하며 난감해하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같은 즉결법정에 술이 덜 깬 대학생 1명이 소란을 피웠다고 불려왔다.

행색이 어수선한 것이 어지간히 술을 마셨던가 보다.

몇가지 질문을 해 보니 명문 S대 법학과 학생이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기억을 못하고 있었다.

엄히 훈계한 뒤 형 면제를 선고하고 학교로 돌려보냈다.

그는 현재 어느곳에선가 부장검사를 하고 있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음주운전 무단횡단 절도 폭력 뇌물 탈세 위증 명예훼손...

"모르고 짓는 죄"는 점차 사라지는 반면 "알고도 짓는 죄"는 그치지 않는다.

음주운전 단속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음주운전이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를 깨닫기 어려웠다.

홍보와 단속으로 음주운전을 다스리고 있지만 음주운전이 계속되는 근본적 이유는 자신과 이웃에 대한 사랑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눈치를 보며 차도를 무단 횡단하는 이유는 횡단보도가 있어야 할 곳에 편리하게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남의 물건을 자기의 것으로 삼거나 폭력을 일삼는 사람들은 그 잘못으로 인해 얻어지는 쾌락이, 처벌에 비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알면서도 죄를 범한다.

뇌물이나 탈세가 일반화돼 있는 사회는 그 적발에 기준이 없고 그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뇌물과 탈세를 통해 큰 돈을 모아도 공정하게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들켜도 이런저런 이유로 용서를 받는다면 뇌물과 탈세는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우리는 양심보다는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내세우며 조금씩 위증을 한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배려가 사라지는 순간,말과 글은 "명예훼손"이라는 무기로 변해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공격한다.

알고도 짓는 죄에는 모두 그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몰라서 짓는 죄는 교육을 통해 어떠한 행위가 왜 죄가 되는지를 가르치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알고도 짓는 죄에 대한 처방은 그 원인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하겠다.

횡단보도를 꼭 필요한 곳에 설치하고, 뇌물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생계를 보장하고, 세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하고, 내편 네편 가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래도 짓는 죄에 대해선 적정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

알고도 죄짓는 사람이 없는, 자랑스런 내 조국에서 꿈결처럼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