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의 집단폐업과 종합병원 전문의들의 파업이 사작된 첫날인 20일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에는 곳곳에서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와 의료진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러나 파업이 예고된 탓인지 심하게 붐비지는 않았다.

반면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가벼운 질환에 걸린 환자와 지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 몰린 보건소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환자들로 북적거렸다.

<>종합병원의 진료공백=서울대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서울중앙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서울시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은 이날 일부 교수들이 나와 외래진료를 봤다.

대부분 약을 타러온 환자들이었다.

교수들은 미처 예약취소를 통보하지 못한 환자나 불가피하게 재진이 필요한 환자만 선별해 진료했다.

교수들이 진료에 나섰지만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대부분 파업을 벌여 "진료공백"상태가 빚어졌다.

서울대 병원의 경우 전체 의료진 1천1백여명중 전공의 7백명과 전임의 1백50명이 파업에 들어가 교수진 2백50여명이 진료했다.

이로인해 응급실과 중환자실도 필수환자만 받았다.

이날 병원 곳곳에서는 환자들의 아우성이 병원응급실을 진동시켰다.

3살난 손자를 업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달려온 김모(65) 할머니는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원무과 직원의 말에 "이런 법이 어디있냐"며 호통을 쳤다.

할머니는 막무가내로 소화기질환 특수진료과 문을 박차고 들어가 손자의 진료를 받았다.

전국 대부분의 대형병원에서는 당장 급하지 않은 수술은 올스톱됐다.

전신마취를 할 의사가 없고 수술을 보조할 레지던트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위암으로 진단받은 최모씨(59)는 "포항에서 올라왔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며 어처구니 없어했다.

최씨는 "평소 앓고 있는 당뇨병도 치료가 필요한데 병 고치려고 서울왔다가 병이 더 도지게 생겼다"고 분노했다.

강남성모병원에는 19일 약을 타러 왔다가 받지 못한 환자 1천여명에 20일 다시 몰렸다.

독산동에 사는 허모씨(65.여)는 "어제 약을 받지 못해 다시 왔는데 세시간 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공립병원 비상진료 차질=국립의료원은 전면 폐업에 돌입하지는 않았지만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의 1백50여명이 폐업에 동참해 의료공백을 피할수는 없었다.

이 병원 황정연(48) 응급의학과장은 "응급실에 공중보건의 10명을 긴급투입했고 전문의 75명 전원을 비상대기토록 했다"며 "하지만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모자라 파업이 길어질수록 진료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국보훈병원도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진료를 진행중이나 일반환자들에 대해서는 진료접수를 받지 않고 있다.

원자력병원도 과장급들이 진료를 맡았다.

<>보건소=병의원들의 집단폐업 여파로 각 지역의 보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일부 환자들은 보건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밖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서울 지역의 보건소에는 평소보다 2~4배 많은 환자들이 몰려 들었다.

도봉구 보건소 약사 강성심(32.여)씨는 "지병으로 약을 타러오는 노인분이나 소아과 환자들이 특히 많이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의원=폐업에 참여한 전국의 동네의원들은 이날 셔터문을 아예 내린채 진료를 하지 않았다.

폐업 소식이 알려진 탓인지 헛걸음을 하는 환자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실시를 찬성하는 인의협 소속의 병.의원들은 이날도 진료를 계속했다.

유영석.정대인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