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부기 도입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회계제도 개혁작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국제경제기구의 지원아래 민간기업의 회계기준을 국제기준에 맞게 고치는 일을 서둘러 왔다.

하지만 정작 정부회계는 수십년째 아직도 단식부기를 쓰고 있다.

이때문에 정확한 재정상태 파악과 성과측정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회계정보의 신뢰성과 연계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회계제도 개혁이 잘 안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정부일각에서는 복식부기를 도입해야 할 당위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서로 다른 회계기준이 적용되는 다양한 유형의 자금이 섞여 있고,이윤추구대신 공공성과 회계책임이 강조되는 정부회계의 특성상 현금출납 중심의 단식부기가 더 적합하며 굳이 복식부기를 도입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일반국민의 정부회계에 대한 다양한 정보요구를 만족시키고 정부재정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파악하자면 복식부기 도입이 불가피하다.

특히 공공성이 강조되는 정부서비스의 특수성은 인정하되 동시에 효율도 엄격하게 따지는 현대조류를 감안할 때 정부회계제도의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인 과제라고 하겠다.

개혁의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공무원들의 회계지식이 부족해 복식부기 체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 또다른 난점으로 꼽힌다.

사실 이 점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취지가 좋고 훌륭한 제도라도 행정효율을 높이기는 커녕 오히려 떨어뜨린다면 도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최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면 큰 문제 없이 해결할 수 있다.

즉 모든 일상 행정업무를 분류해 코드를 부여하고 자동회계시스템을 구축하면 복잡한 회계지식을 몰라도 얼마든지 정확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

물론 특별상각과 같이 자동회계처리가 곤란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정부회계업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부처별로 회계전문가를 두고 이들이 맡아서 처리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예산회계와 결산회계가 정확히 대응하게 되며 설사 회계담당 공무원이 바뀌어도 별 문제가 없다.

더나아가 일상업무의 원가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행정효율을 높이고,수익사업의 경우 기업회계에 준하는 엄밀한 회계처리가 가능해진다.

또한 일반회계는 물론이고 방대한 연기금의 회계처리도 투명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결연한 개혁의지와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수용자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