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대국인 일본의 어느 도시 한 복판에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혼모의 두살난 어린 꼬마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끝에 얼어죽었다는 충격적인 사건이 얼마전 언론에 보도됐다.

지난 20년간 미국내 소득분포가 사상 최악의 부익부 빈익빈 사태로 치달아 미국내 상위 소득 1%(2백70만명)의 총소득액(6천2백억달러)이 하위 38%(1억명)의 전체소득과 맞먹는 것으로 미국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에 의해서 조사됐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외환위기 이후 부유층은 고금리와 주가상승에 힘입어 재산을 불린 반면 중하위 소득 계층은 일자리를 잃거나 금융상품에 굴릴 자산이 없어 79년 이후 계층간 소득격차가 20년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통계청이 발표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가계지수 동향에 의해 확인됐다.

윈스턴 처칠은 자본주의의 결함은 축복을 모든 사람이 골고루 나누어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하여 자본주의 체제가 안고 있는 분배상의 결함을 일찍이 지적했다.

그런데 이러한 분배상의 불평등 정도가 신자유주의 물결이 세계를 지배한 지난 20년동안 더욱 심화됐다.

전반적인 소득수준은 나아졌지만 계층간 소득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이 세계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환경재해 도덕타락 등 자본주의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빈부격차를 해소하는 문제야말로 앞으로 세계자본주의가 풀어야 할 당면한 가장 어려운 숙제다.

어떤 사회를 막론하고 빈부격차가 아주 없는 균등한 사회란 있을 수 없다.

다만 어느 한도내에서의 평등만은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는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너무나 심각하다.

가난한 나라도 아닌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에서 이유야 어쨌든 굶어 죽는 어린이가 발생했다는 것은 수치다.

생존경쟁시대에 경쟁에서 낙후되어 그러한 비참한 결과를 맞게 된 그 어머니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처칠이 말한 축복을 골고루 나누어가질 수 없는 자본주의 체제가 지닌 자체 모순과 무관한 것일까.

일본의 어린이 아사사건과 같은 일은 비단 일본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또는 우리나라에서도,축복을 나누어가질 수 없는 모든 국가에서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우리 인류는 새천년에 부자는 지나치게 배부르고 빈자는 지나치게 굶주리는 이런 악성 불공정한 경제형태를 지양하고 공정한 경제행위를 통해 모두가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앞으로 자본주의사회가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관 상 농 공 사 전업제를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싶다.

이는 관료 상인 공인 농어민 그리고 교수 변호사 예술가와 같은 전문인들이 각각 한가지 전업에 종사하고 겸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령 관료는 공무에만 종사하고 동시에 상점을 경영한다거나 시골에 땅을 수만평씩 사놓는 일이 없도록 하고,상인은 장사에만 종사하고 농촌에 땅을 소유한다거나 공장을 경영할 수 없도록 하며,농민은 농사에만 전념하고 다른 업종에 손대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한다면 대관료 대상인 대지주는 생겨나지 않을 것이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자연히 사라질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국회의원 장관이 사업체를 경영하고 부동산 투기를 하는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권력층일수록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이 좋고 기회도 더 많다.

그런데 이런 경우 한편으로는 국가의 봉급을 받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사업을 해서 재물을 증식하고 또 한쪽으로는 장사해서 번 돈을 부동산과 증권에 투자하게 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의 편중과 집중 현상이 나타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이런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바로 관상농공사 전업제다.

관료 상인 공인 농어민 전문인이 각자 남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자기 직업과 분야에 충실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도록 한다면 부의 편재나 불평등 현상은 자연히 줄어들 것이며 사회가 균형 발전을 이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일부 기득권층은 자본주의의 자유경쟁 정신에 위배된다는 논리를 내세워 팔을 걷어붙이고 말리려 들 것이 뻔하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현정부가 입으로만 국민을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국민이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이같은 제도를 통해 국민을 위한 정부임을 실천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인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자본주의 사회가 앞으로 빈부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이런 구체적인 제도의 시행을 통해서 결함을 보완해 나간다면 한쪽에서는 "배불러" 죽는데 한쪽에서는 "배고파" 죽는 경제의 양극화 현상을 타개하는 일이 아주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

<> 필자 약력 =

<>중국 옌볜대 역사학박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연구직 전문위원
<>저서:이율곡과 왕안석에게서 배우는 경제개혁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