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공영방송인 PBS-TV는 일본 제국군대의 정신대 만행을 고발하는 특집 프로를 방영했다.

"깨뜨려진 침묵-한국인 정신대원들 (Broken silence-Korean comfort women) "이라는 타이틀의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보는 이의 눈시울을 뜨겁게 적셨고,끝없이 가슴속 깊숙한 곳으로부터 불덩이를 치밀어 올렸다.

방송의 대부분은 정신대 출신 한국 할머니 다섯분의 증언으로 이뤄졌다.

모두 70대이상인 할머니들은 12~15세의 어린 나이에 영문도 모른채 일본군에 끌려간 사연,대만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등 당시 일본군의 전선을 따라 위안부로 내던져진채 "짐승만도 못한" 성의 노예생활을 해야했던 기막힌 사연등을 피를 토하듯 하나하나 증언했다.

위안소에 배치되기 직전 "성적 도구로서의 무제한 가동"을 위해 월경억제 주사를 맞는 바람에 생리조차 건너뛴 "섹스 로봇"으로 만들어졌고,줄잡아 하루 1백명씩을 상대해야 했다는 등의 증언 대목에서 할머니들은 한결같이 분노와 회한의 울음을 터뜨렸다.

거칠게 덤벼드는 일본군인들의 섹스공세를 거부할 때마다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무자비한 폭력 뿐이었다.

한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온 몸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상처들을 카메라에 비춰주었다.

할머니들의 증언 중간마다 일본의 학자,당시 일본군및 정부관계자들의 증언도 곁들여졌다.

그들은 대부분 정신대 만행을 합리화하는 궤변으로 일관했다.

어느 대학교수는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군인들에게 섹스라는 최소한의 위안을 얻게해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인류의 공통된 관행이었다"며 "당시의 일본군대만이 야만적으로 위안대를 운영했다는 비판에 공감할수 없다"고 강변했다.

"이런 식으로 살면 무엇하겠냐는 생각에 몇번씩 자살을 시도했지요. 하지만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죽더라도 놈들의 소굴에 버려져서는 안되니 어떻게 해서든 조국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 맺힌 한을 털어놓고 죽어야겠다고."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 할머니들의 "조국"은 지금까지 그들의 통한에 어떤 해원을 해주었는가.

방송은 "한국정부가 1964년 일본정부로부터 국교정상화와 함께 경제원조를 받은 대가로 과거사를 덮어버리기로 했고,지금까지도 이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결론을 맺었다.

할머니들,아니 우리들 모두에게 "조국"의 의미는 과연 무엇인가.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 earthlink.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