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첫 외교관계를 맺기 위해 양국 전권대사가 처음 만나 협상을 시작한 곳은 인천 앞바다 작약도 부근에 정박한 미국군함 스와타라호 선상이었다.

우리측 전권대사의 배는 국악대인 대취타까지 동원하고 각종 군기로 화려하게 장식했으나 조류 탓으로 늦어져 끝내는 청나라 군함에 예인돼 약속시간보다 4시간이나 늦게 스와타라호에 닿았다고 한다.

서울대 도서관에 소장된 필자미상의 "미국통상실기(美國通商實記))"에는 슈펠트를 첫 대면한 우리 전권대사 신헌(申憲)이 이렇게 늦은데 대한 사과부터 했다고 적어놓았다.

청나라 군함에 이끌려 갔다는 것도 당시 세 나라의 국력을 그대로 이야기해 주는 것 같다.

한미수호통상조약을 주선한 것은 청나라 이홍장이다.

그는 한.미간 수교를 성사시켜 일본과 러시아의 한반도진출을 견제하려 했다.

또 조약내용에 조선이 청나라를 종주국으로 섬기고 있다는 조항을 넣기 위해 정여창이 이끄는 함정을 현장에 보냈다.

이들의 억지를 봉쇄하고 조선이 엄연한 자주국임을 천명한 것이 슈펠트였다.

전문 14조로 된 조약의 내용은 조선이 부당한 침략을 받을 경우 미국이 개입해 안위를 보장한다는 것과 조선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공사급 외교관을 교환한다는 것이 골자다.

비록 일제침략때 미국은 조약을 어기기는 했지만 이 조약은 우리가 주권 독립국가로 인정받은 최초의 쌍무협정이었다는데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인천 앞바다에 정박한 한.미.청의 배를 오가며 서너차례 협상을 가진뒤 작약도가 내려다 보이는 화도진 언덕에서 슈펠트제독과 신헌 사이에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것은 1882년 5월22일이다.

화도진은 한.미수교 1백주년 기념사업으로 복원돼 매년 이 무렵 이곳에서는 화도진축제가 열린다.

엊그제는 화도진에서 한미수호통상조약의 주인공 후손인 슈펠트4세(78)와 신헌의 5대손 신영철(71)씨가 초청돼 감회어린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매향리사건 행정협정개정문제 등 껄끄러운 일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요즘 한.미간 전통적 우호관계를 되돌아 보게 하는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