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유 액화석유가스(LPG) 벙커C유(중유) 등에 적용되는 세율을 올리기로 한 것은 휘발유에 비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된 이들 기름값을 현실화해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국제수지를 위협하는 에너지 수입을 가격인상을 통해서라도 막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일본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과 비교할 때 휘발유를 제외하고 경유 LPG 벙커C유 등 산업용및 가정용 유류는 상대적으로 값이 싸 에너지 다소비를 부추긴다고 판단하고 있다.

산업구조가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바뀌어야 궁극적으로 산업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에너지가격 체계개편은 그동안 논란만 불러 일으킨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국회에서도 커다란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 지나치게 낮은 가격이 에너지 다소비 부른다 =국내 기름값은 휘발유를 제외한 경유 LPG 등에서 OECD 주요 회원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 가격의 경우 한국이 5월 현재 리터당 1천2백19원으로 일본(1천28원) 스페인(8백69원) 독일(1천92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경유는 한국이 5백65원으로 일본(8백28원) 스페인(7백7원) 독일(8백71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LPG 가격도 한국(3백37원)이 독일(5백98원)에 못미친다.

이같은 에너지 가격체계는 정부가 그동안 산업경쟁력을 높이고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저(低)에너지가격정책을 펴온데 따른 것이다.

승용차에 주로 소비되는 휘발유와 달리 등유 LPG 경유 중유(벙커C유) 등은 공장 가동용이나 서민들의 난방용 등에 주로 활용되는 만큼 세율을 정책적으로 낮게 책정해온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같은 에너지 가격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고착화시키는 폐단을 낳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91~97년 한국의 연간 에너지소비증가율은 11.4%로 OECD 회원국 평균인 1.5%의 8배에 달하고 있다.

올들어서도 1.4분기 원유 수입액은 5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백45%나 늘었다.

원유수입량이 꾸준히 늘어난데다 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정부는 막연히 국제유가가 안정되길 기다리기 보다는 국내수요를 줄여가는 쪽으로 에너지정책을 바꾸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 유종별 가격차이로 인한 소비구조 왜곡 =LPG 가격이 휘발유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최근들어 LPG 차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따라 승용차의 올 1.4분기 휘발유 소비량은 1천4백39만9천배럴로 99년 1.4분기(1천5백19만배럴)에 비해 5.2% 줄었다.

반면 LPG 소비량은 올 1.4분기 5백73만2천배럴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무려 38.5%가 늘었다.

가격이 싼 벙커C유도 8.7% 넘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재 에너지 가격체계가 그대로 유지되면 LPG 등의 소비 증가율은 더욱 높아질 것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처럼 특정 유종에 대한 소비량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원유도입량 자체를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불합리한 세율 기준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왜곡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 산업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 =등유 LPG 경유 중유 등에 대한 세율 인상은 산업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산업계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세율 인상은 벙커C유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수 밖에 없고 결국 해당 기업체들이 이를 부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영업용 버스와 택시회사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도 이같은 파장을 우려, 앞으로 수차례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은 뒤 산업계에서 감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단계적으로 세율을 올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산업계에서 스스로 에너지효율이 높은 시설을 도입할 때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격인상분에 대한 직접적인 보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용이나 장애인용 LPG 차량 등에 대해서도 다른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다.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