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종합상사가 가공수출용으로 들여온 수천억원어치의 금괴가 국내시장에 불법유통되는 배후에 상당수의 "자본주"들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 일부 종합상사뿐만 아니라 은행도 밀수나 다름없는 수출용 금괴의 시중 불법유통 과정에 관여됐다는 의혹이 함께 일고 있다.

이같은 금불법유통은 지난 98년 외환위기극복을 위한 장롱속 금모으기 운동이 벌어지는 틈을 타 본격시작됐으며 이 과정에서 연간 수백억원대의 세금(부가세)이 탈루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 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외화획득용 금괴를 불법유통시키다 서울세관에 적발된 업체만 모두 27개로 이들이 세금한푼 내지 않고 시중에 불법유통한 금은 3만2천8백17kg,시가로 3천3백억원 어치가 넘는다.

그러나 적발업체는 대부분 명의만 빌려준 "바지"사장들이며 실제 종합상사에 금값을 주고 금괴를 받아 유통시키는 자본주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들은 서울의 귀금속상가 등지를 중심으로 합법적으로 금도매업 및 가공업을 하는 S D J W사 등으로 금유통업계에서 활동범위가 큰 일부 중간도매상들도 이들 자본주와 유통경로를 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지"사장들이 종합상사로부터 금괴를 수출용 원자재로 사들일때 내는 수출계약서와 구매요청서는 모두 가짜이며 이를 근거로 은행이 발급하는 (수출용)구매승인서나 내국신용증도 실질적으로는 모두 사전 결탁과 담합에 의한 조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서울세관이 이에 대한 조사의지를 밝히고 있을 뿐 국세청과 다른 사법당국은 사실상 공공연한 밀수인 금괴의 유통과 탈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서울세관의 조사팀도 인력부족 등으로 제대로 조사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자본주들은 "바지"가 검거될 때마다 새로운 바지를 내세우며 자금과 통장,금괴는 직접 관리하면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여러 바지들을 서류상으로 거치는 "데이 원 샷"거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최근 관세청의 내사방침이 전해지면서 자본주들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 허원순기자 huhws@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