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남북 정상회담 개최 성사에 막후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재계에 강하게 나돌고 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민간의 이같은 역할을 부인하고 현대 역시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정부간 협상에서 북한측 특사인 송호경 조선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현대의 대북창구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박지원 장관과 송호경부위원장의 최근 행적은 이를 뒷받침하는 부분이 많다.

우선 박 장관은 지난 3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대북특사 임무를 부여받아 3월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북한당국과 첫 비밀접촉을 가졌다.

이날은 인사내분에 휩싸여있던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이 서울에서 상하이로 출국했던 날이다.

당시 이회장의 방문목적은 상하이 지점개설로 알려졌지만 이곳에서 북한 인사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몽헌 현대회장도 당시 미국에 체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상하이에서 이회장과 합류,3월 29일 베이징에서 송호경 부위원장과 회동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박 장관이 베이징에서 송 부위원장을 만나 정상회담 합의를 이끌어낸 4월8일 정몽헌 회장과 이익치 회장의 행적도 관심사다.

정몽헌 회장은 지난 5일 정주영 명예회장과 함께 일본 도쿄로 갔지만 정 명예회장이 귀국한 7일 동행하지 않았다.

정회장은 10일 현재 일본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 사이 베이징을 방문했었다는 소문도 있다.

더욱이 이익치 회장은 7일 귀국한 뒤 곧바로 베이징으로 출국했다가 9일 오후 베이징에서 귀국,이 기간에 현지에서 송부위원장과 모종의 막판협의를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한편 지난5일부터 7일까지 정 명예회장과 정회장의 급작스런 방일은 북한 SOC건설과 관련,일본자본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 현대가 북.일수교협상과 관련,일본이 북한에 지급할 배상금이 북한 SOC투자로 연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일본 정.재계 유력인사들을 만나 사업참여를 타진했을 것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희수 기자 mhs@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