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0년까지 휘발유 3l로 1백km를 가는 차를 상용화할 것이라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인류의 과제인 에너지절약과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를 비롯 국내 메이커들이 2002년까지 3l카를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한지 오래고 구체적인 추진작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산자부가 뒤늦게 재탕한 것은 "난센스"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민간업체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산자부가 마치 이니셔티브를 쥐고 추진하는 양 발표한 것은 웃기는 일"고 비꼬았다.

시기도 자동차업체의 개발시기보다 훨씬 늦춰진 것으로 봤을때 급조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정부는 이날 미래형자동차 개발을 위해 10년간 5천억원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 액수는 지난해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비의 절반밖에 안된다.

순전히 생색용으로 정책자금을 내놓고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사업에 한다리 걸치겠다는 발상에 다름아니라고 업계는 일축한다.

산자부의 자동차기술 지원에 대해선 정부 내부에서도 힐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미국과 유럽 자동차업계가 한국에 대한 시비거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예민한 시기에 왜 이런 발표를 하는지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자동차와 조선을 비롯한 통상문제가 폭발 직전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지원하겠다고 공식화하는 것은 자충수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첨단산업에 대한 연구지원에 대해선 당연시하면서도 한국이나 일본 같은 대미 출초국에 대해선 전혀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 더욱 그렇다는 얘기다.

그동안 산자부는 명색이 산업정책 주무부처라면서도 대우차 해외매각 논란 같은 당면 현안에 대해선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느라 꿀먹은 벙어리처럼 처신해 왔으면서도 난데없이 10년짜리 장기비전과 함께 부품업체 지원까지 내놓았으니 업계가 코웃음치는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산자부 발표대로 부품직거래 등이 시행되면 큰 혜택을 받게되는 부품업체 사람들까지도 "선거 직전에 나온 정부 발표치고 제대로 실천되는 전례가 드물었다"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