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미국 서부지역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미국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서부행 마차에 몸을 실었다.

이른바 골드러시가 일어난 것이다.

오죽하면 골드러시가 일어난 1849년을 기념하여 "포티나이너즈(49s)"라는 축구팀까지 생겼을까.

미국에서 금광이 터진 것은 일부 지역에 불과했지만 당시 서부로 몰려간 인구는 서부 개척의 원동력 (Frontiership) 이 됐다.

요즘 우리나라의 벤처투자 열기도 미국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한다.

모든 이들의 관심이 벤처기업에 집중되고 있으며 인력과 자금 등 각종 자원도 벤처기업으로 몰리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벤처 열풍은 하나의 "혁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벤처 혁명은 전자 정보 통신 등 기술집약업종에서 비롯되어 패션 광고 서비스업 등 주변업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IMF사태"를 겪으면서 일어난 더 많은 일거리 창출노력과 정부의 각종 지원책,미국식 신경제 (New Economy) 에 대한 기대감,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패러다임의 변화 등 주변 여건과도 맞아떨어져 벤처 열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국민경제 및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증대됐다.

업체수 기준으로는 전체의 99.1%,종업원수 기준으로는 69.3%가 중소.벤처기업에 속해 있다.

현재의 벤처열풍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벤처기업은 모험사업이라는 말 그대로 성공률이 매우 낮다.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벤처 아이템의 성공확률은 10%도 못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벤처 무늬만 띠어도 사람과 자금이 몰려들기 때문에 사업실패의 판정시기가 연기되고 있는 것 뿐이다.

현행 증권거래법 및 동법 시행령상 기업들은 10억원 이상의 유가증권을 모집하거나 매출할 때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많은 벤처기업들이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10억원 보다 1백만원 내지 1천만원 정도 발행액을 낮춰 신고의무를 회피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인 발행회사 현황과 사업의 위험요소에 대한 심의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투자의 위험은 일반 투자가에게로 돌아간다.

둘째,많은 인력이 벤처기업으로 몰리는 현상도 그리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본래 벤처는 독자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술력 보유를 전제로 여기에 자금과 마케팅활동이 부가되었을 때 계속기업 (going concern) 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벤처사업 초창기라서 많은 인력들이 스톡 옵션이나 코스닥 상장(IPO)을 통한 자본이득을 기대하고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향후 언젠가 벤처 열기가 수그러들고 사업성과 수익성의 우열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벤처업종간에도 엄청난 해고 (lay-offs) 와 직장이동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셋째,자본이 편중되는 현상도 심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에는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이 늘어나면서 많은 상장 회사들이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이른바 "굴뚝형" 기업들의 주가가 맥을 못춘다면 이들은 증시를 통한 자금조달의 길이 막혀버리게 된다.

그것은 결국 재래식 업종의 매출 감소,시설 감축으로 이어져 국민경제가 파행적인 모습을 띠게 될 것이다.

넷째,우리나라 벤처기업들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좋으나 너무 국내 소비지향적인 것도 문제이다.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술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결국 콘텐츠가 수익력을 좌우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인터넷사업은 너무 내수 위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벤처열기를 산업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중심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본다.

은행들은 그동안 산업구조 변화,기업의 부침 속에서 자금의 배분기능을 통하여 한계기업을 정리하고 유망기업을 육성하는 역할을 해온 경험이 있다.

우선 은행들은 철저한 심사를 통하여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대상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 수익성 그리고 미래가치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통해 가능성 있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을 초기단계에 교통정리해야 한다.

일반투자자들은 기업을 분별할 수 있는 분석력과 정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이 이런 선별작업을 통해 벤처투자의 방향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일단 선정된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소요자금의 안정적 지원과 함께 우대금리의 적용,직접투자를 통한 자본참여 등 다양하고 적극적인 금융지원으로 기업성장의 촉매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벤처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술력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벤처기업들로서는 재무 금융 세무 마케팅 등 모든 것이 생소하다.

이들에게 전통적인 대출업무 외에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지원과 창업 세제 영업 등 경영전반에 대한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계속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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