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제금융시장은 미국증시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된 한주였다.

그런 만큼 짧게는 이달 길게는 금년 한햇동안 세계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미국증시의 조정가능성을 들고 있다.

미국 연준리(FRB)그린스펀 의장은 미국주가의 거품우려에 대해 누차에 걸쳐 경고해 왔다.

실제로 이런 거품을 제거하기 위해 금리를 다섯차례에 걸쳐 인상해 왔다.

미국경제의 여건도 자산소득 증가에 따른 과도한 소비지출로 민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32%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적자도 3천3백84억 달러로 사상최대수준을 기록했다.

외형만 놓고 본다면 80년대 후반의 일본과 1929년 대공황 직전의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면 미국증시는 실제로 조정될 수 있을까.

한 국가의 증시가 조정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자산인플레 성격이 짙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은행차입은 주가총액의 1.5%에 불과하다.

80년대 후반 일본의 은행차입은 주가의 무려 1백 20%에 달했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은행차입은 주가의 18%를 차지했다.

최근 3년간 은행대출은 주로 기업인수자금이지 주식투자자금이 아니다.

주가상승도 벤처기업이나 기술관련 업종이 주도했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현재 미국증시에서 기술주의 비중은 약 33%로 독일 5.1%, 영국 4.9%, 일본 15%에 비해서는 월등히 높다.

결국 미국의 주가상승은 과거처럼 자산인플레 성격보다는 벤처나 첨단기술업종으로의 자원재배분 과정상에서 나타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미국증시의 장래는 최근 몇 년처럼 자원재배분을 통한 수익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고리를 만들어 내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미국경제 자체적으로나 세계경제 차원에서 이런 선순환 고리를 창출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인플레에 대한 우려다.

아직까지 소비자물가는 2%대에서 안정되고 있어 그렇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앞으로 생산성 향상속도가 둔화돼 기업들의 단위노동비용이 증가될 경우 인플레 압력이 갑자기 높아질 우려가 있다.

그 결과 기업의 수익성 저하로 미국증시가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경제 회복과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도 부담이 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금년 들어 미국증시가 흔들린 가장 큰 요인이다.

다행히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합의 이후 유가가 안정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국증시에 숨통을 터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경상수지적자 문제다.

그동안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자본수지흑자로 잘 메어 왔다.

물론 앞으로 경상수지적자를 자본수지흑자로 메워주지 못한다면 많은 정책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달러화 강세정책이 더 이상 지탱될 수 없게 된다.

대폭적인 긴축정책도 예상된다.

교역국에 대한 통상압력도 가중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미국내 자금이탈과 기업수익 감소로 미국 증시에는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의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세계전망기관들이 일제히 세계경제 불안요인으로 미국증시의 조정가능성을 들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다.

다행히 투자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국채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증시를 대체할 만한 뚜렷한 시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경상수지적자 확대에 따른 미국내 자금의 이탈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미국증시가 조정될 가능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세계경제나 우리 경제가 우려하고 있는 미국주가의 대폭락 가능성은 적다는 점이다.

오히려 금리인상을 통해 주가조정에 성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증시가 다시 호조를 띨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