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현상으로 온 하늘이 혼탁해 졌다.

모래흙을 머금은 빗물,즉 토우가 내리다 보니 땅위의 건물이나 자동차에도 얼룩이 생겨 불결하다.

황사가 그치면 서울 하늘은 다시 맑아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으니 해가 나도 여전히 뿌연 하늘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선거 때문에 온 나라가 혼탁해졌다.

돈이 먼지처럼 난무하는 가운데 축재과정 병역 납세실적 등 여러 면에서 얼룩진 후보자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 다니는 모습 또한 불결하다.

선거가 끝나면 우리사회는 맑아질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 같다.

부패와 비리가 깊게도 뿌리를 박고 있으니 여전히 삭은 모습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최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홍콩의 어느 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한국은 아시아 12개국 중에서 부패순위가 6위라고 한다.

중간쯤 갔다고 자위할 형편은 못되는 것이 한국보다 더 썩은 데라곤 인도 베트남 중국 등 우리 보다 훨씬 못사는 국가들 뿐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해가 갈수록 한국의 부패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작년 말께에도 제기된 적이 있었다.

당시 국제투명성기구( Transparency International )가 발표한 국가별 반부패(또는 청렴도)순위에 있어서 한국은 97년 34위에서 98년 43위,그리고 99년에는 50위로 떨어진 바 있다.

또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한때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칭송 받던 4개국중 청렴도 면에서 우리가 꼴찌라는 사실이다.

싱가포르는 부패지수가 0.71 밖에 안되며 홍콩이 2.49,대만이 6.89인데 비해 우리는 8.33이나 된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을 보아도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이 나라들보다 크게 뒤처지고 말았다.

특히 우리가 한때 거의 따라잡았던 대만에 소득 청렴도 모두 뒤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 하겠다.

일본 또한 부끄러워해야 할 점이 있는 것 같다.

한때 일본에 점령당한 적이 있는 싱가포르가 청렴도에 있어서는 말할 것도 없고 1인당 소득에 있어서도 이제는 일본을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부패추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작년 가을에는 반부패특별위원회가 설치됐으며 최근에는 지방정부,특히 서울시의 노력이 주목을 받아왔었다.

금년 1월초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청렴도를 평가하여 반부패지수를 발표했고 이에 자극을 받은 25개 일선 자치구들이 부패방지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또한 서울 시립대에 반부패 행정시스템연구소를 개설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작년에는 시정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을 개설해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기까지 했다.

과거에 부패와 비리의 온상 또는 복마전으로 불리던 서울시가 이처럼 "부패와의 마지막 전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나 총선이 다가오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가려져 버리게된 감이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부는 여러가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제2차 금융구조조정도 시간을 다투는 일이고 기업과 노사부문의 개혁과제도 시급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 못지 않게 중요한 일이 부패방지 대책을 강화하는 일이라고 하겠다.

부패와의 전쟁에 있어 다 아는 일이지만 새삼 강조하고 싶은 얘기는 청렴도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소기의 성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법도 새로 만드는 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켜가면서 썩은 부위를 도려가는 것이 성공확률을 높여줄 것이다.

작은 법이라도 국민 모두가 지키지 못할 법이라면 바꿔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법의 권위가 무너지고 사회기강이 어지러워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특히 병역 및 납세의무에 적용될 수 있다.

어느 쪽이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싫어하고 기피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군복무기간은 짧게 세금은 적게 해 주는 것이 비리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기구나 해외연구소가 조사한 결과라곤 하나 그 신빙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과거 2년간 우리사회의 부패가 더 심해졌다는 지적에 대해 납득이 가지않는다.

정부쪽에서 별로 반대의견 제시가 없다는 것도 이상하다.

조사방식에 있어서 왜곡된 점이 없는지 살펴보고 대응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나쁜 점을 숨길 필요는 없지만 과장되는 것 또한 좋은 일이 아닌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물이 맑으면 고기가 놀 수 없다"는 핑계로 경제발전을 위해 부패를 묵인해 온 바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싱가포르의 예를 보면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러운 물에서 놀면 병든 고기가 되고 맑은 물에서 놀아야 건강한 고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꿔 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