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자금의 수급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돈이 중소형 개별종목에 모여 들고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시장이 좀처럼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증시로 흘러 들어오는 자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자금이 새나가는 주요 출구는 투신사.

환매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투신사를 통해 수급상황을 점검해 본다.

<> "총알"이 부족한 투신사 =투신사를 통해 흘러나오는 매도물량이 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면 어김없이 "팔자"주문이 쏟아진다.

원금손실에 지쳐있는 투자자들이 앞다퉈 환매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투신사들은 지난주에도 6천4백억원을 순매도,이달 들어서만 2조원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꾸준히 매수우위를 유지,대조를 보였다.

지난주에도 4천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물론 전체 환매금액이 예전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유입되는 신규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환매의 영향력이 심화됐을 뿐이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해에도 이 정도의 환매는 늘 있어 왔지만 그땐 주식형 펀드로의 신규유입액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아 시장수급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종합주가지수 900선 근방에서 주식형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아직 상당량 남아 있어 단기간에 분위기가 반전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환매물량 얼마나 남아있나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800~1,000선일 때 주식형에 유입된 자금은 약 32조원인 것으로 투신사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자금들은 대부분 현재 원금손실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어 시장이 조금씩 반등할 때마다 환매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기웅 대한투신 펀드매니저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 일반적으로 유입된 자금의 30~40%가 환매수수료 면제시점이후 급격히 빠져나간다는 점을 감안할 때 10조~12조 가량이 환매예상범위에 해당한다"며 "여기에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환매된 자금이 8조원가량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대략 2조~4조원의 돈이 앞으로 더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코스닥도 매도공세의 사정권안으로 =최근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도 투신사들이 매도우위를 보이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 역시 환매압박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대부분의 투신사 펀드들이 이미 코스닥 주식을 평균 10%이상 채운 상태라는 것도 이런 설명을 뒷받침한다.

투신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코스닥 비중이 늘어나면서 상장주식과 코스닥주식을 동일선상에 놓고 매매하는 펀드매니저들이 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는 환매로 인한 매도물량이 대형 우량주에만 집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수급개선은 언제쯤 =업계 관계자들은 환매대기물량을 감안할 때 수급여건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데는 2~3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식형 수익증권으로 자금이 유입될 만한 강한 유인이 없다는게 가장 큰 부담이다.

그러나 환매가 주가하락을 부채질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주가가 지나치게 빠질 경우엔 환매가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또 특별한 계기를 잡아 주가가 급상승 곡선을 그릴 경우에도 환매사태는 잠잠해 질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환매망령"에도 불구하고 경제전반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데 동의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에 한번쯤 큰 장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곳곳에서 싹트고 있다.

이상호 대한투신 주식운용부장은 "수급은 결국 실물경제를 따라간다는 것이 "주식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믿음"이라며 "12월 결산법인들의 반기실적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오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