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양식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는 인터넷 물결이 아직 미치지 못한
곳이 있다면 관혼상제일 것이다.

관혼상제는 사람들이 일생을 살면서 겪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례라는
점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인 인터넷은 오히려 기피대상이 돼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관혼상제 분야에서도 인터넷 바람이 일고 있다.

다른 나라나 지방에 머물고 있어 부득이하게 현장을 방문할 수 없는 친지들
이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라도 자리를 함께 한다면 행사의 의미가 배가 될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러한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결혼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주인공
이 있다.

바로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아이웨딩닷넷
(www.iwedding.net)의 남태균(24) 사장이다.

전세계 어디에서든 가까운 사람의 결혼식 장면을 인터넷으로 지켜 보며
선물이나 축의금을 보내는 것은 물론 혼수품 구입을 비롯한 모든 사전 결혼
준비를 인터넷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인터넷 결혼의 장을 연 것이다.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결혼식에 가능한 한 많은 주위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고 신랑 신부가 인터넷을 통해 결혼 준비과정까지 즐길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게 남 사장의 얘기다.

이같이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실제 인터넷 사이트에 옮겨 놓을 수 있었던
데는 신세대들의 번뜩이는 창의력과 일에 대한 집중력이 주효했다.

아이웨딩닷넷 구성원 12명의 평균 나이는 24세.

이중 대학생도 4명이나 포함돼 있다.

남 사장은 "결혼에 대한 관심이 많은 20대들로만 개발팀을 구성했다"며
"이 때문인지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남 사장 자신이 대학생 벤처사업가다.

연세대 영문학과를 거쳐 법조인이 되겠다는 뜻을 갖고 지난해 서울대 법대
에 다시 들어갔으나 인터넷에 매료돼 진로를 바꿨다.

지난해 7월 인터넷 과외매칭사이트를 개설, 성공을 거두었고 2개월 후
아이웨딩닷넷으로 스카우트됐다.

시스템 보안을 담당하고 있는 프로그래머 최순규씨는 약관 20세의 대학생
(외대 컴퓨터공학 2년)이다.

고교시절 해커로 이름을 날렸다.

웹마스터인 김춘수씨도 같은 20세의 대학생(외대 통계학과)이며 사이트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이정희 오희주씨 등도 20대 초반이다.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를 다 뒤졌는데도 벤치마킹할 만한 결혼사이트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아이웨딩닷넷이 불과 3~4개월만에 사이트를 완성한 것은
밤낮없이 일에만 매달린 이들의 열정 때문이었다.

실제 인터넷을 통해 아이웨딩닷넷에 들어가면 톡톡 튀는 신세대 감각이
바로 느껴진다.

먼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결혼식 장면을 보며 친구들끼리 사이트 안에서
문자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신랑 신부의 러브스토리와 간단한 이력도 나온다.

지난 1월 1일 0시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던 첫 밀레니엄 결혼식을 이같은
방식으로 생중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축의금이나 선물을 신랑 신부에게 전달하는 코너는 가장 현실화하기
어려웠던 분야였다.

가고자 하는 사이트내 결혼식장으로 들어가 축의금 코너를 클릭한 후
신용카드 번호와 금액을 입력하면 축의금이 자동 전달된다.

다양한 상품을 가격대 별로 골라 선물할 수도 있다.

꼼꼼한 사전 결혼준비물도 눈에 띈다.

사이트내 달력에 결혼 예정일을 입력하면 웨딩드레스 예약, 야외 사진촬영
등 약 1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할 사항에 대한 스케줄을 자동으로 잡아준다.

혼수용품은 가전 가구 주방용품 신혼여행상품 등 결혼과 관련된 용품 위주로
구성된 사이버 쇼핑몰에서 싸게 장만할 수 있다.

결혼 후에는 결혼식 및 야외촬영 사진을 중심으로 한 앨범과 간단한
홈페이지가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결혼식에 미처 참석지 못한 친구나 친척들이 언제든지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말 결혼식을 치른 뒤 연애 및 결혼식 과정을 앨범으로 엮은
심현준(29.성남 분당)씨는 "지난 1998년 중국에서 유학중일 때 사귄 친구들
에게도 결혼식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결혼일정을 잡지는 않았지만 결혼을 약속한 커플도 마찬가지다.

함께 찍은 사진들을 모아 사이트 안에 앨범을 만들 수 있고 둘만의 가상
결혼식을 치를 수도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지 불과 2~3개월밖에 안됐지만 결혼을 앞둔
1백여쌍이 회원으로 가입해 앨범과 사랑이야기를 담은 홈페이지를 만들어
놓고 있다.

사실 인터넷 웨딩서비스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는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이웨딩닷넷의 지주회사인 퓨처웍스 최규철(32) 사장이 한국과학기술원
(KAIST)을 졸업하고 삼성물산내 벤처사업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팀에서
근무하던 지난 1997년 생각해낸 것이다.

당시 너무 앞서간 아이디어여서 채택되지 않았다는게 최 사장의 설명이다.

아이웨딩닷넷은 세계 최대규모의 인터넷 웨딩타운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올 상반기중 인터넷 생중계를 위한 시설이 갖춰진 전용
예식장을 서울에 마련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미국 등 외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1년에 수십만 쌍이 아이웨딩닷넷의 서비스를 이용해 결혼식을 치르게 할
겁니다"

"실제 결혼식보다 더 재미있는 인터넷 결혼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남
사장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차 있다.

(02)554-1631

< 김철수 기자 kcso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