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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아침의 시] '사랑을 위한 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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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덕을 내려오며 저는
    손에 남은 당신의 온기를 조심스레
    펴봅니다. 별들은 어느새 달빛 비낀 손금 위에
    고이고 이따금 웃으며 저의 등을
    치던 당신의 목소리도 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넵니다

    골목은 너무 멉니다

    당신과 제가 안녕 하며 헤어진
    돌자갈 구르던 사람의 땅이.

    강형철(1955~) 시집 "야트막한 사랑"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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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중화자는 연인과 헤어져 돌아오는 중이다.

    그는 비로소 연인으로부터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으리라.

    손에 남은 그녀의 온기는 따뜻하고 거기 쏟아지는 별빛은 아름답다.

    귀에는 아직도 그녀의 웃음소리가 생생하고...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함께 살아갈 세상이 너무 어둡고 멀다는 것을.

    앞의 밝은 분위기와 뒤의 어두운 분위기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4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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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옷의 이자벨 아자니 “절대 선, 절대 악은 없지만, 나를 악녀라 불러도 좋아.”

      그녀의 눈동자 색을 똑 닮은 푸른 드레스 차림의 안나(이자벨 아자니)가 휘청거린다. 신경질적인 웃음소리는 곧 괴성으로 바뀐다. 관절을 뒤틀고 경련하는 육신은 더는 안나에게 속해 있지 않다. 안나는 사악한 무언가에 빙의(possession)되었다. 그녀의 몸을 차지한 것은 안나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이다. 자신이 창조한 생명체의 소유물(possession)이 되어버린 그녀. 이 유명한 지하도 장면에서 이자벨 아자니가 선보인 광기 어린 연기는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81년 작 <포제션>이 한국에서 첫 개봉을 맞이하기까지 44년이라는 세월이 필요했다. 이 저주받은 작품이 푸대접받기란 비단 우리나라에서의 일만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1999년에 이르러서야 상영 금지가 풀렸다. 미국에서는 40분 분량의 필름이 잘려 나간 채로 상영되는 수모를 겪었다. 핵심적 장면을 난도질당한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을 리 없다. 오랜 시간 이 영화는 ‘싸구려 삼류 영화’라는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세월의 흐름 덕분일까. 영화는 입소문을 타고 컬트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를 칸 영화제 당시의 감독판으로 온전히 감상할 기회가 주어졌다.영화는 감독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자전적 요소가 듬뿍 묻어 있다. 아내의 외도로 고통받은 그는 아내의 행동이 ‘괴물에 씐 것’ 같다고 느꼈다. 감독은 이혼을 겪은 뒤, 호텔 방에 박혀 신들린 듯 영화의 각본을 써 내려갔다. 아내가 겪은 ‘빙의’가 감독에게 이식되고, 그 연쇄는 이자벨 아자니라는 연기자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 이자벨 아자니는 안나가 겪은 억압과 그 반동으로서의 광기를 폭발하듯 연기한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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