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은행에 대해 연간 2회정도 후순위채 발행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관계자는 22일 "후순위채 문제를 검토했으나 세계적으로 남미의 한 나라를
제외하곤 선례가 없고 부작용이 더 많다고 판단돼 의무적으로 발행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확충이 필요없는 우량은행들까지 연 10%이상 높은 금리로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장기간 자금을 굴릴 곳도 마땅치 않아 역마진이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금감위와 금감원이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현 재경부 장관)이 제시한
정책방향을 처음으로 뒤집는 사례다.

이 전 위원장 지난해말 은행이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후순위채를
발행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최근 한빛 외환 국민 하나 한미은행 등 주요 은행들은 연 10.0~10.5%로
후순위채를 발행했거나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주총을 앞두고 스스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고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다.

금감원은 이처럼 자율적인 후순위채 발행은 무관하지만 자본확충은 될수록
유상증자, 자금조달은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싼 금융채(은행의 회사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후순위채는 이를 발행한 은행이 도산했을 때 일반 채무(예금,
차입금, 금융채 등)을 다 갚은 뒤에 남는 자산이 있으면 갚아 주는 장기
채무(만기 5년이상)여서 금융채보다 금리가 높은 대신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