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금융시장이 불안해 국내외에 수심이 가득하다.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재정경제부는 미국과 한국 증시의 동조화 현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역설했다.

국내 유일의 대책 마련 주체가 제3자를 향해 대책을 촉구하는 모습이
문제의 심각성과 한국차원에서의 대응능력 한계를 함축적으로 시사한다.

이와 관련해 이집트 유세프 부트로스-갈리 경제장관은 일찍이 이렇게
얘기했다.

"예전에는 100여명의 은행가정도가 경제공황때 허둥댔다면 지금은 모두가
한꺼번에 공황에 빠진다"이는 투자활동의 대중화에 따른 세계금융시장의
동조화를 지적한 말이다.

또 몇몇 나라 정부나 대형은행이 시장을 좌우할 수 없게 됐음을 지적하는
말이기도 하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은 심지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이제
시장 주도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RB의 영향력은 크다.

현재의 가장 큰 걱정은 동조화보다 미국 FRB의 정책실수 가능성이다.

특히 요즘 월가 일각의 관측처럼 3월에 연방기금 금리가 0.5%포인트나
일시에 대폭 인상된다면 세계 경제가 대공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지어 0.25%포인트의 추가인상도 예상외로 큰 충격을 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FRB사람들은 지금 미국 경제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과열을 알리는 지표는 시중금리와 상당히 괴리돼 움직이는
일부 첨단기술주 정도다.

대부분 주식 값은 1998년 중반 이후 하락세다.

엔화 환산 주가로 따지면 폭락세에 가깝다.

기업들 이윤도 1997년 3.4분기 이후 내리 하락세다.

1월중 생산자 물가지수도 마이너스로 나타났고 호황속에서도 감원은 매년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지만 인건비지수도 하락세고 공장가동률도 81.6%로
심각한 과열양상은 아니다.

제조업 생산성증가율은 71년이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가격인하를 몰아가고
있고 국가간 그리고 온라인-오프라인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유통수익률도 2월초이후 역전현상이 계속 심화돼
투자자들이 불황도래를 우려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큰손들의 위험회피성향이 커지며 채권시장 유동성이 줄어들어 시장 내의
파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일부 첨단기술주의 주가를 제외하고는 각종 실물경제지표와
금융지표가 모두 인플레이션 아닌 디플레이션조짐을 보이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도 이쯤은 모를리 없을 것이다.

말못할 사정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는 특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미국 기업들과 가계의 빚 규모를 줄이고자
고심중이다.

이와함께 임박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당 체면을 세워주고자 과대 평가된
달러를 더 강세로 몰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엔 일부 신용평가회사도 찬조 출연할 태세다.

느닷없이 일본 국채강등 의사를 밝혀 자금을 미국으로 모는 작전을 벌이는
듯 하다.

이는 소기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

빚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미국 기업들의 행태는 경영진과 직원들의 급여가
주가와 직결된 탓이니 바로 그점을 직접 공략하면 된다.

민간이 좀처럼 저축을 하지않고 과소비를 일삼는다면 그 주범인 연금을
민영화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과소비의 주범인 달러화 과대평가를 시정해야한다.

강한 달러를 고집하며 자산거품 제거와 무역수지 적자 감축을 논할 수 없다.

특히 앨 고어 후보가 보호무역주의를 논하는 한 강한 달러 도모 노력은
대부분 낭비되고 만다.

이틈에 이득 볼 세력은 일본뿐이다.

한국은 심각한 치명타를 입을 것이고 미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은 일본에 통화증발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설하듯 시장기능을
적극 활용할 일이다.

하여간 FRB가 상황판단을 잘못하거나 정치논리로 기울어 연말까지 갈 경우
그사이 무슨일이 벌어질까 염려된다.

< 전문위원 shind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