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 장원경 박사.

지난해 5월 빈혈치료제를 분비할 수 있는 "새롬이"를 세계 최초로 탄생시킨
주역이다.

단순한 돼지를 값비싼 의약물질을 분비하는 고부가 상품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EPO(에리트로포에틴, 조혈촉진호르몬)라 불리는 이 의약물질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1g 가격은 무려 67만달러(약 7억4천만원).

EPO는 현재 병원에서 빈혈치료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최근에는 에이즈와 암 치료때 보조제로서의 효능도 인정받고 있다.

가축의 형질전환 기술에 관한한 그는 독보적인 존재다.

새롬이 탄생이 공식 발표된 이후 생명공학 선진국인 영국 언론은 지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러시아 유전공학 연구소장은 공동연구를 제의하며 직접 우리나라로 날아
왔다.

장 박사는 최근 새롬이의 후대(2세) 생산에 성공, 상업화에 한걸음 더 바짝
다가섰다.

수퇘지 새롬이를 암퇘지와 교배시켜 실제 젖을 짤 수 있는 암놈을 생산한
것.

장 박사는 "최근 탄생한 새롬이 2세 20마리중 7마리가 형질이 전이된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중 암놈 4마리가 어른돼지가 돼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올 8월이후에는 젖 1l당 0.1g 정도의 EPO 추출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상반기안에 또 한번의 쾌거를 이룰 전망이다.

이번에는 젖이 아니라 오줌에서도 EPO를 추출해낼 수 있는 새롬이II(가칭)를
개발해 낸 것.

그가 이끄는 발생공학 연구팀은 최근 EPO 유전자를 어미돼지에 이식해 오줌
에서 EPO를 생산해 내도록 형질이 전환된 새끼를 임신시키는데 성공했다.

장 박사는 "방광에 존재하는 유로플라킨(Uroplakin)이란 유전자를 이용해
형질전환된 새끼돼지가 약 4개월후에 태어날 전망"이라며 "이 돼지는 오줌
에서 고가 의약품을 생산해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가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개월후 태어날 새롬이II(가칭)는 우선 경제적 가치가 새롬이와는 비교가
안된다.

새롬이는 젖으로 EPO를 분비하기 때문에 임신한 어미돼지(성돈)에서만
의약물질 추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새롬이II는 암놈이든 숫놈이든 상관없다.

성돈이 되기전 새끼 단계에서도 EPO 추출이 가능하다.

암놈이 자라 임신할 경우 젖과 오줌 모두에서 EPO를 뽑아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새롬이II는 결국 새롬이를 개발한 기본 기술을 발전시켜 경제적 부가가치를
한차원 높인 우리나라 생명공학 기술의 결정체인 셈이다.

그의 연구 열정 덕택에 양축농가는 수년내에 고소득을 보장받게될 전망이다.

이 기술을 이전받는 의약업계는 선진국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고가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당장 세계시장 규모가 연간 26억달러(약 2조8천6백억원)에 이르는 EPO 시장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계의 히어로로 떠오르고 있는 장 박사가 올해 또 어떤 "대박"을
터뜨릴지 관심거리다.

< 강창동 기자 cd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