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가치 ''옵션접근법'' ]

축지법은 이제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눈부신 성장이 물리적 거리의 소멸을 현실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영환경의 변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가치평가에 대한 의사결정도 예외는 아니다.

전통적인 가치평가의 방법으로는 "현금흐름할인법"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업이 창출해 내는 미래현금흐름의 예상값을 위험을 반영한 할인율로
평가해 현재의 화폐가치로 환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근래의 경영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진 반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은 보다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경직적인 평가방법을 사용한다면 기업의 가치가 부적절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

"옵션(option) 접근법"이라는 새로운 가치평가모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옵션접근법은 금융상품의 일종인 옵션의 개념을 기업의 가치평가에 응용한
것이다.

옵션이란 약정일에 현재 정한 가격으로 주어진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선택권을 말한다.

옵션을 이용한 가치평가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경영진의 상황대처능력 등
기업이 보유한 무형자산의 가치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통해 보다 정확한 가치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경영진이 의사결정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또는
선택권)의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 보다 세련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규프로젝트의 평가에 옵션접근법을 도입한 미국 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A사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연료전지산업에의 진출을 꾀하던
기업으로 프로젝트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가치평가를 시행했다.

우선 시장 및 산업구조 등에 관한 기본적 분석을 실시했는데 당해 사업은
짧은 역사와 영업성과의 결핍 등으로 인해 기술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태였다.

경영진은 미래의 사업성에 대한 합리적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금흐름
할인법을 수정없이 사용할 경우 프로젝트가 지닌 위험성이 가치평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옵션접근법을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옵션을 이용한 가치평가는 프로젝트를 옵션의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작업을
요구하는데 A사는 이를 위해 우선 두 가지 실현가능한 시나리오를 고려했다.

첫째는 몇 가지 기술개발과정에 자금을 소량 투자함으로써 앞으로 좋은
기회가 왔을 때 본격적인 진출을 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는 방안이다.

다음은 기업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투자하는
방안이다.

이때 각각의 투자시나리오는 기업이 일종의 전략적 옵션을 취득하는 경제적
행위의 조합으로 여겨질 수 있다.

즉 기업이 특정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은 시장이 활성화되고 기술발전이
성숙단계에 이를 경우 사업을 확장해 경쟁적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옵션을
사전에 보유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개별 시나리오하에서는 투자가 단계별로 이뤄지고 경영진이 각
투자단계에서 시장상황을 재평가해 투자의 지속 또는 중단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했다.

그 결과 두 가지 투자시나리오는 A사가 순차적으로 옵션을 구입하는 것으로
재구성됐다.

이러한 재구성 과정은 옵션접근법을 경영진이 지닌 의사결정 선택권의
가치를 도외시하는 전통적인 가치평가법과 차별화하는 가장 중요한 절차다.

투자안들을 옵션의 구조로 전환한 후에는 재무이론에서 잘 알려진 옵션가격
결정모형에 대입해 가치평가를 완성한다.

물론 이 사례는 표면적 접근만을 가능하게 할 뿐 기업의 성장가능성이나
다양한 선택기회의 가치에 대해서 신뢰성있는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옵션접근법을 이용한 가치평가방법을 기존의 방법들과
효과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열쇠를 찾아내 미완성의 모형에서 완성의
모형으로 도약하는 가치평가에 있어서의 축지법의 묘미를 경험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위경우 < 숙명여대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