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이 짧은 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과학적 관리에 따른 것이다.

이원목 사장은 브랜드 세계화라는 목표를 내걸고 상품기획 생산 유통 브랜드
등을 치밀하게 관리해왔다.

우선 상품기획을 보자.

이 회사는 고유브랜드제품이든 주문자상표생산제품이 든 독자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샘플을 제작한다.

바이어가 제시한 디자인과 컨셉트에 따라 만들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바이어를 선도하는 것이다.

부산에 자체 연구소를 두고 한국인의 발구조를 연구한다.

전직원 1백50명중 40명을 연구개발분야에 배치할 정도로 이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연구결과 한국인의 발꼴은 서구인과 다르다는 점을 밝혀냈다.

발등이 높고 발폭이 넓으며 발가락이 짧다.

이를 토대로 한국인의 특성에 맞는 신발을 만들고 있다.

또 외국인의 발모양 평균치를 분석하는 등 체계적인 연구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외국 디자인연구소와 전략적제휴를 맺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연구소인 컨셉트21이 한 예다.

10여명의 신발 전문디자이너로 구성된 이 연구소는 자체 인력뿐 아니라
수백명의 프리랜서 디자이너 대학교수 등과 연계돼 다양한 디자인을
창안한다.

그렇다고 이 연구소에 거액의 로열티를 내는 것은 아니다.

이 연구소는 자체 개발한 디자인의 샘플제작을 학산에 의뢰한다.

학산은 각종 자재와 제조장치를 갖고 있어 며칠 안에 이를 만들어 항공편
으로 보내준다.

필요에 따라 업무협조를 한다.

연말에 정산하면 디자인로열티와 샘플제작비를 상계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방식으로 수십종의 신발을 개발해 왔다.

단순히 디자인만 개발하는 것은 아니다.

쿠션과 충격흡수의 이중기능을 가진 "쇼카시스템 (shocka system) "도
개발해 냈다.

세계 최초로 새로운 컨셉트의 제품도 선보였다.

그라인딩 슈즈와 락스슈즈가 그것.

그라인딩 슈즈는 밑창에 특수플라스틱이 붙어있어 길거리의 핸드레일에서
미끄럼을 탈 수 있는 제품이다.

몸이 근질근질한 청소년들이 스케이트보드 없이 운동을 즐길 수 있게
고안한 것.

락스슈즈는 신발밑창에 플라스틱 구멍이 있어 길을 건널 때 내리지 않고
이 구멍에 스케이트보드를 끼워 운반할 수 있도록 한 제품이다.

단순한 신발이 아니라 10대를 겨냥한 어드벤처스포츠용품인 셈이다.

생산방식도 과학적이다.

부산에 자체 공장이 있다.

하지만 이 공장에서 모든 제품을 생산할 수는 없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 하청공장을 두고 있다.

해외 하청공장은 9개에 이른다.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이다.

고유브랜드인 비트로만은 전량 한국에서 제조한다.

품질관리에도 차이가 있다.

"외국브랜드 제품은 철저하게, 비트로는 목숨을 걸고"가 품질관리 기준이다.

고유브랜드 제품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는지 보여준다.

비트로로 먼저 선보인 모델을 한시즌 지나서 외국브랜드로 내보내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총수출액은 5천3백70만달러, 올해는 8천만달러 이상으로 잡고 있다.

유통은 독특하다.

대부분의 신발업체들은 국내시장에서 자사제품만 취급하는 대리점 형태로
유통망을 운영한다.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학산의 비트로는 운동용품점을 통해 팔고 있다.

이 점포를 경영하는 사람은 대부분 운동선수 출신들.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직접 제품을 신고 뛰어본 뒤 팔도록 하고 있다.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취급점은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도시 1백70개소에 이른다.

운동용품점은 여러 제품을 복수 취급한다.

소비자들은 품질을 자연스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수년내 이런 유통구조로 바뀔 것으로 이 사장은 확신한다.

미국의 경우 대형 신발전문점에서 각종 브랜드 제품을 파는 게 일반화돼
있다.

소비자로서는 용도 디자인 크기 색상 등을 비교, 원하는 제품을 고를 수
있어 아주 편리하다.

이게 앞으로의 추세를 보여준다는 것.

브랜드 전략 역시 독특하다.

신발은 유명 스포츠모델을 활용해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는
게 기본이다.

타이거 우즈 호나우도 히바우도 마이클 조던 등.

하지만 학산이 이런 대스타를 활용할 수는 없다.

이 회사는 아예 광고를 하지 않는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우선 운동용품점 주인이나 선수들을 통한 구전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몇년뒤부터는 대대적인 광고를 시작할 계획이다.

바겐세일도 하지 않는다.

비트로는 노세일제품이라는 것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가격은 해외 유명브랜드 제품의 세일가격과 비슷하다.

정상가를 기준으로 20~30% 저렴하다.

하지만 유명브랜드가 연중 세일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큰 차이는
나지 않는 셈이다.

"품질과 기능이 뛰어나므로 동남아산에 유명브랜드만 붙인 제품보다 훨씬
싸게 팔 수는 없다"는 게 이 사장의 자존심 섞인 가격정책이다.

(051)759-8617

< 김낙훈 기자 nhk@ked.co.kr >

[ 학산 연혁 ]

<>1988년 부산 연지동서 창업
<>1990년 부산 광안동으로 사옥 이전
<>1993년 생산공장 설립
<>1994년 자체브랜드 비트로 출시
<>1997년 비전21 선도기업지정 우수제품마크획득 월드컵관련상품생산
유망기업지정
<>1998년 학산개발연구소 민간기업부설연구소 인정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