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벤처 기업들을 시발점으로 삼은 ''실리콘밸리 경영 스탠더드''가
세계 각국의 기업들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이 기업 환경 변화의 촉매로 작용하면서 일고 있는 새 경영 흐름
이다.

''실리콘 스탠더드''는 급여와 조직구조에서부터 직장 문화와 복장 규정에
이르기까지 많은 업체들이 인터넷 벤처기업의 경영 방식을 차용하면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와 관련, 기존 업체들이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E-경제''로의 편입을 서두르면서 기존의 인사 및 경영방식으로는 우수 인력
을 붙들어 둘수 없음을 절감한데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실리콘 밸리를 모델로 한 급여지급 방식이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스톡 옵션이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이 미국식 인센티브 시스템에 대해 "사회 전반의 통념이나
형평성의 잣대로 보아 적절하지 않다"는 부정적 반응을 보여온 유럽 기업들
도 예외가 아니다.

기존 업체가 인터넷 관련 사업에 뛰어들 경우 실리콘 밸리 모델을 따라서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영국의 전자업체인 딕슨스사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전자상거래 부문을 프리서브사라는 자회사로 분사화하면서 실리콘
밸리의 급여 지급 방식을 채택했다.

주요 경영진에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스톡 옵션과 보너스를 별도로
약속한 것.

스톡 옵션은 일반 직원들에게도 보장됐다.

스위스의 생명보험 회사인 스위스 라이프 렌트난스탈트 그룹도 지난 1월
인터넷 사업부문을 신설하면서 딕슨스사를 벤치마킹했다.

1857년 설립된 라이프 렌트난스탈트 그룹은 "인터넷에 걸맞은 기업문화
조성"을 새로운 경영 캐치프레이즈로 내걸면서 "젊은 기업으로의 재탄생"을
벼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유럽 기업들 곳곳에서 일고 있다.

유럽의 통신회사인 도이체 텔레콤사와 텔레콤 이탈리아사 등도 각각 온라인
사업부문의 분사와 함께 스톡 옵션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경영 의사결정 시스템이나 사무실 분위기, 근무 복장 등 이른바 기업 문화
분야에서도 실리콘 밸리 모델이 각국 기업들 사이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직급간 위계보다는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고 성과급 제도를 확대하며
사무실 분위기를 가볍게 꾸미거나 캐주얼 복장을 허용하는 등 실리콘 밸리
벤처기업들의 문화를 각국 기업들이 앞다퉈 수용하고 있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인 아스다사는 E-비즈니스 부문인 매드밸류닷컴사를
분사시키면서 기업 문화의 변혁을 꾀했다.

본사에서 3백km나 떨어진 곳에 사무실을 마련하고는 복장 자유화와 유연
근무 시간제를 채택하는 등 본사와는 별개의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웨덴 가전업체인 일렉트로눅스 AB사는 인사 부문에서 소위 "공개 노동
시장"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회사에 필요한 업무와 직급을 인터넷에 공개하고 기존 직급과는 무관하게
모든 직원들이 지원하도록 허용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골자다.

일렉트로눅스사의 이같은 시도는 임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경영 전문가들은 그러나 실리콘 밸리 모델이 "글로벌 경영 스탠더드"로
완전히 뿌리를 내린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우선 급여제도가 스톡 옵션이나 성과급 중심으로 급속히 이행하기를 기대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스톡 옵션은 기대 수익 만큼이나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임원급이 아닌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파격적 진급체계 및 능력별 보상체계도 기업들 내부에서 마찰음을 내고
있다.

기존의 경영 관행과 경력 관리 원칙에 익숙한 40~50대 중견 관리자들에게
이같은 시스템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업체가 인터넷 사업부문을 신설하거나 분사화할 경우 기존 부문
직원들과 인터넷 사업부문 직원들간에 야기되게 마련인 문화격차와 긴장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실리콘 스탠더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보편화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