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대한 불평이나 논란은 언제 어느때고 끊이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당연한 현상이기도 하다.

반대급부 없이 소득의 일부를 떼가는 게 세금이고 보면 본질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

엄청나게 복잡한 게 세제지만 모든 제도가 다 그러하듯 구멍이 없지 않기
때문에 항상 "부담의 형평"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게 마련이다.

지난주 김유배 청와대 복지노동수석비서관이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적인 과세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헌법재판소가 법인에
대한 특별부가세(양도소득세) 과세기준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포괄적으로
위임한 97년 법인세법 59조의 2(99년 법인세법 99조)에 대해 헌법불합치결정
을 내린 것도 세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사례중의 하나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 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감안하면 현행 세제는 분명히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김 수석은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문제를 지적했지만 주가지수 등
선물거래는 주식매매 때 내는 거래세조차 내지않는게 현실이다.

주가지수선물만도 거래대금이 증시에 버금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가
없지 않다.

또 헌재가 지적한 행정편의적 세제운영은 조세법률주의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문제가 있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같은 현행 세제운영상의 문제점을 좀더 깊게 들여다 보면 결론은
다소 달라질 수도 있다.

세제에 대한 숱한 문제점 지적 중에는 현행 세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과장된 것들도 적지 않고, 세금부담의 형평을 위해서는 오히려 지금 세제
당국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 더 바람직한 경우도 결코 없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문제된 유가증권 매매차익과세만 해도 그렇다.

우선 주식매매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일절 물리지 않고 있어 고소득층의
자산소득에 특혜를 주는 꼴이라는 인식은 잘못이다.

현재 주식양도차익이 비과세되는 것은 소액주주의 상장주식거래뿐이다.

비상장주식은 물론 3% 이상 또는 싯가총액 1백억원 이상인 대주주의 경우는
상장주식도 단1주를 팔아도 차익에 소득세가 부과된다.

비과세혜택을 누리는 주식투자자는 중산층 이하 개인투자자가 거의 전부라고
보면 현행제도가 고소득층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인식은 다소 문제가 있다
고 하겠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더라도 과연 얼마나 세금이 더 걷힐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만약 거래세(99년 징수액 1조3천억원)를 없애고 소득세만 물리면 오히려
세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른 주식을 샀다가 팔아 손해 본 액수를 양도차익에서 공제해준다면 거의
그렇게 되기 십상이다.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수효과가 가장 높은 편이라는 일본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더라도 거래액의 0.45%(현행 농특세를 포함한 증권거래세액)를 크게
웃도는 세수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 주식매도가액의 5%를 차익으로 간주, 그 액수의 20%를 원천분리
과세하되 손해를 본 주식투자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신고과세(종합소득세와는
분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에는 그동안 과세해왔던 25% 이상 보유 금융기관의 주식양도차익
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세금을 물리지 않기로 하는 등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방향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언젠가는 우리도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해야겠지만,
"금융실명제 실시=지하경제 근절"로 그 의미를 지나치게 확대시켰던 잘못된
선례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세수효과가 미미할 것인만큼 경제여건과 과세기술적인 측면을 감안,
실시시기를 다소 늦춘다 하더라도 그것을 큰 잘못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재정의 소득재분배기능이 커지는 효과는 미미한 반면 증시에 미칠 영향은
엄청난 제도인 만큼 금융시장 상황이 안정된 뒤에 실시하는 것이 순리라면
순리다.

헌법재판소 판결은 또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과세기준 요건 등을 법률로 정해야지 포괄적으로 시행령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결정은 기본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같은 엄격한 조세법률주의적 시각은 그 본의와는 달리 세금부담의
불공평을 결과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금융기법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체적인
과세요건까지 법으로 규정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탈세의 길을
넓혀주는 꼴이 된다.

다양한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통해 실제로 부의 상속과 증여가 이루어졌으나
과세가 불가능했던 사례가 최근 몇년새 적지 않았음을 되새겨야 한다.

최소한 상속.증여세법 운영만이라도 시행령으로 과세기준 등을 정할 수
있도록 신축성을 부여하는 것이 조세정의라는 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본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