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캉드쉬 < IMF 총재 >

지난 13년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일하면서 가장 감탄한 것은 IMF라는
기구가 갖고 있는 보편성과 융통성이다.

IMF는 끊임없는 내부혁신을 통해 회원국들을 지원하고 배려해 왔다.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서는 시장의 통합과 거대한 국제자본의 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와함께 극복해야 할 도전도 더욱 거세질 것이다.

세계화로 인한 부국과 빈국간 불평등 문제, 지구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극단주의나 폭력주의, 날로 심각해져가는 환경오염 및 노령화문제 등이 그런
것들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선 기존 기구와는 다른 별도의 기구나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종종 큰 실패로 귀결된다.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협상은 이러한 실패의
대표적 사례다.

특히 그동안 경제위기 때마다 있었던 선진7개국(G7)정상회담의 기능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G7정상회담은 매번 경제안정을 위한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 적은 거의 없었다.

합의문은 합의 그 자체로만 끝나고 실질적인 행동은 취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위기관리 최후의 보루로 새로운 경제안보회의를 창설해야 한다.

새 경제안보회의는 세계은행 유엔 WTO 국제노동기구(ILO) 등의 대표를
포함해 30개 주요국 정상들로 광범위하게 구성돼야 할 것이다.

각국은 지속적인 경제안정과 성장을 위해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 의존할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 외환위기 발발후 세계는 "위기방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많은 빈국들이 처해 있는 어려운 현실은 구조적인 위협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 50여년간 구조조정 프로그램 도입을 두고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그러나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조조정 프로그램도입후 일부 빈국들에선 정부 수입이 줄고 외채만
늘어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연유로 국제사회는 빈곤과 부채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접근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국제기구는 빈곤퇴치와 경제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또 안정과 개혁에 대한 대중적인 지지도 있어야 한다.

가난한 자들을 포함한 전체 국민들이 개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빈곤과
부채 해결은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IMF는 세계은행을 포함한 각국의 개발은행들과 호흡을 맞춰
자금지원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는 IMF의 가장 공적인 업무라 할 수 있다.

물론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특수한 사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

IMF 책임과 관련, 몇년전만 해도 국제회의의 주제는 국제금융구조의
개혁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금융부문에 대한 안정성과 함께 가장 중요한
투명성 문제에서 많은 진보가 이뤄졌다.

국제적인 표준도 제정됐다.

지금 우리는 이렇게 만들어진 많은 제도를 실제 현실속에 도입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긴급상황이 아니더라도 항상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변화와 개혁의 열정을 간직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위기상황때 최후의 보루처로 새로운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IMF 역할 축소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다.

IMF는 위기시 대출업무 뿐만 아니라 각국이 고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IMF의 역할과 기능이 더 강화돼야 한다.

IMF는 그동안 논란은 있었지만 국제경제위기때 최후의 보루로서 역할을
비교적 잘 수행해 왔다.

IMF가 최근 도입한 CCL(긴급대출라인)은 분명 여러가지 면에서 전통적인
IMF정책과 구별되는 새로운 시도다.

지난 97~98년의 환란당시 IMF의 자금보유액은 거의 바닥수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사태가 더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긴급상황이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이 말이 IMF의 자금보유액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SDR(특별인출권)와 같이 긴급대출을 할 수 있는 자체통화를
보유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최근의 변화된 상황을 감안,일부 제도를 보완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인플레를 우려,SDR 사용에 극히 신중을 기해왔다.

지난 2년간의 경험에 비춰볼 때 SDR는 인플레로 인한 혼란보다 금융시장
안정에 더 많이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 정리=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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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최근 미국민간기구인 외교관계위원회
(CFR)에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