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회사원이 병원을 찾아왔다.

그는 몇달전부터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숨이 가빠 진찰을 받았지만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릴 때마다 이같은 증상이 나타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서 찾아 왔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이런 증상을 공황발작이라 한다.

공황발작이 심해지면 공황장애로 발전한다.

최근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밤샘작업 등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중에서 많이 나타나는 추세다.

이중 50% 정도는 소위 임소공포증이라고 불리는 회피행동 장애가 함께
나타난다.

임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백화점 극장 비행기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한다.

공황장애는 흔한 병이다.

전체 인구의 2% 정도가 일생중 한번은 이 병에 걸린다.

공황장애까지는 아니지만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경우는 10%가 넘는다.

공황장애는 신체(체질), 환경(스트레스), 정신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우리 몸의 중추신경계에서 생화학적 기능장애가 생겨
발병하는 것이다.

뇌의 경보기능을 담당하는 청반핵이 너무 예민해져 사소한 자극도 심각하게
인지해 불안반응을 일으킨다.

이는 고장난 화재경보기가 담배연기를 화재로 인식하여 경보를 울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황장애는 완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황장애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공황발작은 대개 2~4주
지나면 현저히 가라 앉는다.

재발되지 않으려면 6개월정도 지속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공황장애를 치료할땐 환자에 대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공포증이 심하거나 임소공포증이 동반되는 환자는 약물치료와 교육 이외에도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최근 국내에도 공황장애 환자의 교육 및 인지행동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
하는 병원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공황장애 환자의 가족들도 이 병에 대해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환자 자신도 과도한 음주 흡연 커피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김찬형 < 연세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정신과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