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것도 N세대답게"

N세대가 주도하는 벤처기업이 늘면서 그들만의 독특한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머리를 물들이고 가죽점퍼를 입는 등 튀는 복장은 기본.

술자리 대신 파티를 선호하며 클래식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취미도 즐긴다.

컴퓨터에 익숙한 세대답게 모든 의사소통이 인스턴트 메신저나 E메일로
진행된다.

일하는데 있어서도 자신의 주장을 확실히 밝힌다.

<> N세대는 어디가 튀어도 튄다

"어느날 사무실에 들어섰다가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인터넷 벤처기업 네오위즈 나성균(30)사장은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고 있는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표현했다.

게임 업체인 넥슨은 사장부터 독특한 용모를 하고 있다.

우선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김정주(33) 사장을 비롯 빨간 머리 때문에
"성냥"이라는 별명을 얻은 기술지원팀 최현준(26)씨, 머리 물들이기가 취미인
채은도(23)씨가 대표적이다.

늘 찢어진 청바지에 멋지게 모자를 코디하고 다니는 디자이너 김정현(24)씨,
게임프로그램 퀴즈퀴즈의 첨단 유행 패션 만큼이나 세련된 패션을 연출하는
퀴즈퀴즈 디자이너 김진만(25)씨, 긴머리에 가죽점퍼를 입고 웨스턴 부츠를
신어 누가 봐도 게임에 등장하는 조폭 캐릭터와 비슷한 최준(29)씨 등 거의
모든 직원이 뚜렷한 자기만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 신세대식 파티가 좋아

오후 7시 방배동의 한 맥주집.

사람들이 서로 웃고 떠드는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

한쪽에서는 길게 줄을 서서 접시에 가득담긴 안주를 받아간다.

입구쪽에서는 흰 스크린에 비친 화면을 보고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에 맞춰
DDR를 즐기고 있다.

지난해 말 호프집을 빌려 연 나우콤의 사원 단합대회 모습이다.

기존 대기업과는 달리 N세대들이 주축이 된 벤처기업에서는 술마시고
흥청망청 하는 분위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 음료수나 맥주 한잔 정도를 즐기는 파티가 주류를 이룬다.

매달 한번씩 열리는 생일 파티, 성과급 등이 지급될 때 열리는 성과급 파티,
날씨가 좋은 날이면 도시락을 들고 근처 공원에서 즐기는 야외파티 등 종류도
다양하다.

송년회 같이 모든 사원이 모일 때도 주로 뷔페식으로 차려 놓고 음악을
들으며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말보다는 키보드가 편해

인터넷 벤처기업에 가면 대부분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컴퓨터에 익숙한 N세대답게 E메일을 쓰거나 ICQ 같은 인스턴트 메신저
프로그램을 써서 대화하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조차도 인스턴트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낸다.

결재 과정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정책결정이나 프로젝트 진행은 모두 E메일로 이뤄진다.

각 프로젝트별, 담당자별로 메일링 리스트가 따로 있어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의견을 거의 실시간으로 취합,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일이 진행된다.

따라서 정보 공유가 잘 되고 의사결정도 빠르게 이뤄진다.

넥슨의 경우 한 직원이 하루에 받는 메일량이 약 2백~3백통 정도.

말이 필요한 건 PC 등의 물품 구입할 때와 식대처리를 할 때 밖에 없다

<> 난 이렇게 생각한다

N세대의 또다른 특징 하나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적어도 예의상 또는 다른 사람의 눈치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살지는
않는다.

아무리 사장 앞에서라도 "아닌 건 아니다"며 똑부러지게 자기 주장을
밝힌다.

확실한 자기 주장이 발전해 주요한 사업 아이템으로 자리잡는 경우도 많다.

네오위즈의 채팅사이트 세이클럽(www.sayclub.com)이 대표적인 경우다.

세이클럽은 채팅을 좋아하는 N세대 직원인 남세동(22)씨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남세동씨가 채팅 사이트를 만들자고 할 때 사장은 물론 회사의 어느 누구도
그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 선배의 도움을 빌려 결국 채팅사이트를
혼자 힘으로 만들었다.

세이클럽은 예상을 뒤엎고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네오위즈의
주력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넥슨의 인기 온라인 게임인 퀴즈퀴즈(www.quizquiz.com)도 그런 케이스.

프로그래머인 이승찬(25)씨가 온라인 퀴즈게임 아이디어를 내자 직원들이
"누가 머리 아프게 인터넷에서 퀴즈를 푸느냐"며 이 게임의 성공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승찬씨는 관심을 가진 다른 직원과 게임을 만들었고 결국 넥슨의
대표적인 유료 서비스가 됐다.

< 송대섭 기자 dssong@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