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5시 경기도 고양시 화정지구 한복판에 자리잡은 편의점 훼미리
마트의 화정점.

이정현의"바꿔"란 노래가 흐르고 있다.

유리창쪽 즉석식품 코너에서 컵라면을 먹던 여고생 2명이 발을 흔들며
박자를 맞춘다.

"조오타!"

머리가 희끗희끗한 이호갑 점장이 매장으로 들어오며 큰소리로 한수 거든다.

이 장면에는 훼미리마트 본사가 수많은 편의점 점포중에서도 유독 화정점을
우수점포라고 손꼽은 이유가 숨어 있다.

"고객 눈높이 마케팅"을 펼치는 이 점장의 지혜가 바로 그것이다.

이 점장은 언제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는다.

자신도 힙합이나 랩을 흥얼거리며 젊은이들을 닮으려고 애쓴다.

이 점장의 나이는 50세.

스무살 안팎의 젊은이 취향을 따라잡기엔 버거울 법한 나이다.

하지만 그는 다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해 장사에 활용한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눈에 띄는 곳에 집중 배치한다.

이들의 취향이 변하면 즉각 상품 주문과 진열을 바꾼다.

화정점은 재고관리에서도 우수점포로 꼽힌다.

항상 적정량을 주문하기 때문에 상품이 남아돌거나 모자라는데 따른 손실이
어느 점포보다 적다.

본사 슈퍼바이저 정홍석씨는 "이 점장은 항상 적당하게 주문하고 재고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재고관리에 관한한 나무랄 데가 없다"고 들려준다.

따지고 보면 이 점장은 편의점사업에 관한한 왕초보다.

지난해 중반 기아자동차 상무직을 그만둔 뒤에야 이 분야에 뛰어 들었다.

자동차회사에서 쌓은 구매.생산관리 경험이 큰 힘이 되고 있다.

수만가지에 달하는 자동차부품 관리에 비하면 편의점 재고관리는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누구 못지않게 부지런하다.

아침 6시30분이면 어김없이 서울 대방동 집을 떠나 7시께 점포에 도착한다.

퇴근시간은 오후 10시.

매장에 오래 머무르는 만큼 고객을 잘 알 수 있고 재고를 정확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는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일기예보는 빠짐없이 챙긴다.

다음날 아침 상품주문때 반드시 참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훼미리마트 화정점의 또 다른 특징은 어느 점포보다 깨끗하다는 점이다.

청결은 편의점의 대표적 장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화정점은 편의점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는 셈이다.

이점장은 점원들에게 틈나는대로 쓸고 닦고 정돈하게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이 직접 나선다.

물론 더할 나위없이 좋은 입지조건은 이 점포의 으뜸가는 장점이다.

화정점은 화정역 남측의 화정로데오거리 중앙에 있다.

해질 무렵부터 게임방 까페 인터넷방을 드나드는 젊은이들이 오가는 길에
이곳을 찾는다.

바로 옆에 할인점 킴스클럽과 세이브존이 있지만 업태가 달라 위협이
되진 않는다.

화정점 매출은 일평균 2백20만원, 평균마진은 30%다.

순이익은 월 5백40만원에 달한다.

올들어 이 점포의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 늘었다.

증가율은 높지 않지만 주변여건이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는 것이
본사측 얘기다.

금년초 이 점포 약 70m 옆에 LG25 화정제일점이 들어섰고 작년말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인근 수퍼마켓이 업태를 24시간 편의점으로 바꿨다.

훼미리마트 화정점은 도시락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에 관한한 당일판매원칙
을 철저히 지킨다.

24시간내에 팔리지 않은 패스트푸드는 전량 폐기한다.

이점장은 "고객에게 믿음을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