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들의 사적인 모임인 엔젤클럽이 최근 급증하는 것은 벤처투자 열풍이
코스닥에서 프리코스닥(코스닥등록전 주식)으로 옮겨오면서부터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코스닥에서 재미를 보기도
어렵다.

프리코스닥종목은 벤처캐피털이나 특수관계인이 아니면 유망한 벤처기업
주식을 만져 볼 수도 없다.

<> 현황 =엔젤클럽은 지난해 결성초기만 해도 전문적인 투자자들의 모임
정도로 이해됐다.

그러나 지난해말 이후 대형엔젤클럽들이 투자설명회 등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활성화에 불을 당겼다.

정부가 지난해말 현재로 파악한 엔젤클럽은 17개.

여기에 3천6백여명의 엔젤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올들어 한달새 엔젤클럽이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고 신고의무가
없어 정확한 갯수조차 파악할 수 없는 형편이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현재 추세대로 분석해 보면 엔젤투자자가 최소한
1만명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엔젤클럽의 투자규모도 서울엔젤클럽은 회원수 5천5백명에 5백50억원에
이르고 스마트21엔젤클럽은 5백명에 1백20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웬만한 창업투자회사보다 큰 규모다.

<> 바뀌는 풍속도 =주식투자에 열을 올리던 일부 직장인들이 최근 주식시장
과 코스닥이 조정국면을 보이자 엔젤클럽을 결성해 프리코스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일부 직장인들은 대출을 받아서 엔젤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자금여유가 있는 40~50대의 개인사업자나 장년층이 주류를 이루다
30대 초반의 엔젤들이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또 평균 투자규모도 2천만원 정도로 직장인 주식투자규모와 비슷한 것도
이런 흐름을 보여준다.

동창들도 모여서 엔젤클럽을 만드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고 전통적인 주부들
의 계모임도 엔젤클럽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상에서도 모르는 사람끼리 동호회를 결성해 엔젤클럽을
만들고 있다.

<> 문제점 =우선 벤처투자가 상당한 위험이 따르는 투자라는 점이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엔젤의 벤처투자는 주로 초기벤처에 집중되므로 그만큼 사업실패 위험이
높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엔젤투자를 자금여유가 있는 고소득자나 성공한 벤처
기업인이 주로 하는 이유도 이런데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엔젤클럽들이 재무상황 기술력 시장성 등을 평가하는 능력
이 없어 기업발굴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스마트21엔젤클럽 신형강 회장은 "대부분의 엔젤클럽이 벤처기업의 미래
생존 가능성을 평가할 능력이 없는데다 사후관리능력도 모자란 상태에서
투기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대규모 투자자피해를 일으킨 파이낸스 회사들이 사금융의 수신
금지 조치 이후 엔젤로 옷을 갈아입고 자금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투자한 벤처기업이 실패할 경우 무더기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여기다 최근에는 엔젤인 것처럼 가장하고 돈을 대준 뒤 기업을 탈취하는
이른바 "블랙엔젤"도 나타나 피해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 정책적 과제 =정부의 벤처 드라이브정책이 무분별한 엔젤투자를 조장
하는데 한몫을 하는 것으로 지적된다.

"무늬만 벤처"가 쏟아지고 머니게임을 벌이는 벤처자본을 방치하는한 일반인
들의 이런 불건전한 엔젤투자를 막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안상욱 기자 sangwoo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