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지독점전재 ]

세계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일본의 심각한 부채문제는 세계경제의
현안이다.

이중에서도 미국의 부채문제가 더 심각하다.

미국정부의 재정상태는 고질적인 적자에서 흑자기조로 돌아섰지만 일반가계
와 기업의 부채는 줄지 않고 있다.

이 민간부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백32%나 된다.

작년 1~9월까지 기업(금융부문 제외)의 총부채는 전년동기보다 12%나 증가,
80년대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하이테크산업에 대한 투자붐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 상당액이 자사주 매입에 사용됐다.

지난 2년동안 미기업 부채는 9천억달러가 늘었는데 자사주 매입액은
4천6백억달러나 증가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이다.

주가상승으로 일반가계의 씀씀이가 헤퍼졌고 그만큼 빚도 더 늘어났다.

가계의 총부채는 92년 개인소득의 85%에서 작년에는 1백3%로 증가했다.

주식투자를 위한 대출은 5년전보다 3배나 많아졌다.

주가가 떨어지면 빚을 갚기 위해 주식을 처분해야 하고 이는 주가하락을
더 부추기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미국가계의 가처분소득에 대한 이자 및 부채상환 비율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낮은 이자와 낮은 인플레, 장기간의 경기확장으로 미국민들이 그릇된
환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화폐환상"( money illusion )에 사로잡혀 있다.

이자가 낮다보니 그만큼 금리가 싸게 느껴져 대출을 쉽게 늘리고 있다.

부채증가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빌린 돈을 생산적인 분야에 투자하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갑작스런 부채증가는 금리인상이나 자산가격 하락, 경기둔화 등에
의해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급증한 부채로 미경제가 바로 파탄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로인해 경기침체의 폭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미국의 민간부문 부채문제는 일본이 80년대 후반에 겪었던 상황보다 덜
심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경제성장, 낮은 금리, 주가상승 등 장밋빛 전망에 푹 빠져
무작정 빚을 늘리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결코 안심할 수는 없다.

미국은 특히 세계최대 채무국이다.

순해외채무는 GDP의 20%인 1조5천억달러에 이른다.

빚에 의존한 소비증가로 경상적자도 GDP의 4%로 확대됐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미국의 순해외부채는 10년내 GDP의 50%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달러표시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이 떨어지면 달러가치는 폭락할
것이고 미경제는 소용돌이에 휩쓸릴 것이다.

미정부는 외국투자자들을 붙잡아두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에따라 주가는 계속 폭락할 것이다.

이때 미채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의 경우 공공부채가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90년대들어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던 일본은 경기회복을 위해
거액의 재정자금을 쏟아부었다.

그 결과 재정적자액은 GDP의 6.5%에 이르고 있다.

총공공부채는 작년말 GDP의 1백28%에 달했다.

그러나 금리가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도 과거 7년간 명목성장률은
0.7%에 그쳤다.

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더이상 재정적자가
늘어나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일본의 대규모 공공부채를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일본은 세계최대의 채권국이다.

과거 20년동안의 경상흑자에 힘입어 일본의 해외자산규모는 GDP의 31%인
1조2천억달러나 된다.

저축률도 선진국중 가장 높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외국에서 돈을 꿔올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일본정부가 발행한 유가증권중 외국인 보유비율은 10%에
불과하다.

미국(40%)과 이탈리아(23%)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일본정부가 발행한 유가증권의 절반이상을 정부 산하의 각종 사회보장기금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순공공부채는 GDP의 40%에 불과하다.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경제가 당장 금융위기에 빠져들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공공부채가 더 늘어나도 괜찮다는 얘기는 아니다.

특히 과도한 공공부채는 "부채함정"( debt trap )에 빠져들 위험이 높다.

이자부담이 계속 늘어나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금리가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상태지만 경기가 회복되면서 금리가
상승하면 이자부담이 더 커져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경제가 극도로 침체된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뚜렷해지면 일본정부는 재빨리 공공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리는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1월22일자 ]

< 정리=박영태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