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에 있는 정문정보(대표 정광훈).

이 회사는 인쇄업체다.

하지만 종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주된 설비는 컴퓨터와 로봇 CD제조기다.

나오는 제품은 CD롬 타이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98을 비롯해 소프트웨어와 가이드북 등을 만든다.

예부터 인쇄는 종이와 불가분의 관계였다.

목판인쇄건 금속활자건 기록수단은 종이였다.

요즘은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종이가 아니라 디스켓이나 CD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백과사전를 보자.

수십권에 이르는 책을 서가가 꽂아놓고 흐뭇해 하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CD 1~2장이면 해결된다.

인쇄업계만큼 변화의 급류를 타는 업종도 많지 않은 듯하다.

변화의 선두에 선 업체중 하나가 정문정보다.

정광훈(52) 사장은 인쇄와 정보통신 컴퓨터를 결합한 사업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작년 매출 6백20억원.

올 목표는 1천억원이다.

김직승(59) 인쇄연합회장은 지난해 단체명을 아예 인쇄정보산업연합회로
바꿨다.

태양당인쇄 사장이기도 한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인데도 지난해 고려대
에서 전자상거래과정을 수강하는 등 향학열을 불태웠다.

김 회장은 지난해까지 10%미만에 머물던 CD를 비롯한 타 기록매체 비중이
3년내 50%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천년을 맞는 인쇄업계가 기록매체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쇄정보산업연합회도 올해 역점 사업의 하나로 기업인에 대한 재교육을
선정해놓고 있다.

컴퓨터와 정보통신을 몰라서는 인쇄분야에서도 낙후될 수밖에 없다.

인쇄업계 또 하나의 변화는 해외시장개척.

인쇄는 전통적으로 내수산업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만개에 이르는 국내 인쇄업체중 20%이상이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내수에만 의존해서는 경기침체에 탄력있게 대응하기 힘들기 때문.

삼성문화인쇄의 조영승(66) 사장은 중저가로는 수주하지 않는다.

주로 일본 종합상사의 달력이나 미국 보석업체의 카탈로그 등 고급품을
다룬다.

작년말에도 일본항공 등의 캘린더를 제작했다.

이는 첨단설비에 평균 10년이 넘는 숙련된 고급인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개별업체 차원의 해외시장 개척뿐 아니라 업계공동의 세일즈단 파견도
추진되고 있다.

연합회는 무역투자진흥공사와 협력해 10개업체로 대표단을 구성해 동남아
등지로 보낼 계획이다.

CD롬 제작이 늘면서 이들의 수출도 활기를 띠고 있다.

소병식(56) 인쇄연합회 전무는 "인쇄물 수출이 작년에는 2억달러 수준
이었으나 올해는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