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기를 시작하는 경진년이다.

용의 해인 올해는 대변혁의 시대로 진입하는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에 의해 새로운 시공간의 세계가 생성되고 있는 때인
만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민족이 21세기에 "이무기"가 되느냐,
"용"이 되느냐가 판가름날 것이다.

변화와 도전과 창조의 상징인 용은 상상의 동물이다.

매 호랑이 등 9가지 동물의 형상을 복합한 비늘있는 동물 중의 우두머리이다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날면서 무궁무진한 조화를 부리는 변화무쌍한 존재다.

바로 디지털 사이버 세계의 주역인 것이다.

첫째, 용은 다시 태어나야 함을 뜻한다.

미물인 이무기는 비약의 과정을 거쳐 용이라는 성스러운 동물로 거듭 난다.

이무기에서 용으로 다시 태어남은 "새 사고, 새 가치관, 새 행동과 습관"
으로 변신함을 뜻한다.

국가든 개인이든 과거의 껍질을 벗어야 한다.

혁신이란 말 그대로 가죽을 벗겨내고 새로 태어나야 한다.

한국경제신문이 펼치고 있는 "6시그마 운동"이 품질에 관한 본질, 의식을
개혁하는 좋은 기회였듯이, 새해의 "테크노 코리아 2000" 캠페인은 한국이
다시 태어나는 데 있어 국민적 공감대 형성에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둘째, 용은 높은 목표에 도전한다.

물속에서 천년을 기다린 이무기의 목표는 용이 돼 승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끝없는 자기성찰, 자기실현의 인내, 정성의 수많은 세월이
필요하다.

누구나 되는 것도 아니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다.

산의 정상은 높을수록 자기실현의 만족, 기쁨도 크다.

지금처럼 1회성이고, 정부 한 부처의 개별적 전략만으로는 국가개혁 대강을
준비하고 있는 선진국과 당당하게 겨룰 수 없을 것이다.

산.관.학, 언론 등 각 주체의 역량을 결집해 국가비전-산업전략-과학기술
전략이 통합 연계된 국가 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용은 무궁무진한 변화를 창조한다.

용은 비 바람 구름 등 천지조화를 자유자재로 이뤄 낸다.

뒤따라가는 후발 모방자 (Follower) 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고
선도해 가는 창조자 (Creator) 개척자 (Frontier) 가 된다는 뜻이다.

경험과 기술의 축적없이는 후발이 선발을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아날로그시대와 달리 수확체증의 법칙이 지배하는 디지털시대에는 빠른
두뇌와 창의력, 도전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선두가 될수 있다.

넷째, 용은 여의주를 갖고 있다.

용은 여의주로 비를 다스리고 바람을 조종한다.

여의주가 없으면 변화를 창조할 수도,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다.

여의주가 바로 용의 핵심역량인 것이다.

과학기술력이 21세기에 일어날 모든 변화의 매개체이자 원동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IMF 위기의 본질은 과학기술 경쟁력의 위기였던 것이다.

1970~80년대 괄목할 만한 국력 신장은 어디까지나 선발자를 모방하고
개량하면서 이룩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는 모방, 생산기술이 아니라 창조적 지식과 기초 과학기술
등이 핵심역량임에 틀림없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용"에는 역린이 있다.

역린은 턱 아래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을 말한다.

용은 온순하고 친근해 사람이 올라 탈 수도 있지만 역린을 건드리면 노해서
사람을 해친다.

"거슬러 난 비늘" 즉 역린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 변화의 순리를 거역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누가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나만이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나부터 변하고 나라도 잘하자는 생각을 갖고 불씨가
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에게는 광개토대왕의 세계화 및 개척정신이 있고,
세종대왕의 창의와 창조, 인재중시의 정신이 있다.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고려청자의 아름다운 색, 성덕대왕 신종의 은은한
소리 등 오늘날의 과학기술 수준에 전혀 손색이 없는 우리만의 차별화된
과학기술이 있었다.

그러나 17~18세기 실학자를 중심으로 한 영.정조 시대의 과학기술 중흥기를
끝으로 훌륭한 전통을 이어나가지 못해 세계사에서 뒤지고 식민지로 전락하는
비운을 맞았다.

21세기는 15세기 세종조의 과학기술 일류국, 18세기 영.정조의 민족 부흥기
에 이어 3백년 주기로 찾아 온 민족의 재도약기이다.

용이 갖는 능력의 원천인 여의주, 즉 과학기술력이야말로 21세기 세계
중심국가, 일류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핵심역량인 것이다.

국민 각자가 긍정적 사고를 갖고 변화의 출발점이 되면, 새천년 우리 민족은
반드시 용이 돼 승천할 것이다.

< wooksun@samsu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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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서울대 기계공학과
<>삼성전관 사장
<>저서:즐거운 품질경영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