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전세를 얻거나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의 마음이 무겁다.

전세물건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데다 가격이 IMF관리체제 이전 수준을
회복할 만큼 큰 폭으로 상승한 탓이다.

실제 서울 강남 목동과 분당 일산 등 인기주거지역에선 전세물건이 품귀
상태다.

아직 전세값이 급등하거나 매매가를 밀어올리는 움직임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사철이 본격 시작되면 집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는 반면 공급이
당장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세값 급등은 지난해 말 주택은행이 발표한 통계를 봐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 한 해 전국의 주택값이 2.3% 오른 반면 전세값은 14.54% 뛰었다.

서울의 경우 전세값은 무려 26.9%나 급등했다.

하지만 수요자들이 시장을 돌아보며 느끼는 체감지수는 이보다 더하다.

특히 서울 도심과 신도시에선 물건 자체를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값이
서민들은 접근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 주공 31평형은 지난해 6월만 해도 7천5백만원이면 세를
얻을 수 있었으나 지금은 1억1천만~1억2천만원을 주어야 한다.

목동 11단지 20평형도 지난해보다 2천만원 안팎 오른 6천5백만~7천만원,
3단지 35평형은 5천만원 상승한 1억4천만~1억5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한양 24평형의 전세값은 8천3백만~8천5백만원,
33평형은 1억1천5백만~1억1천7백만원이다.

지금은 이들 지역에서 20,30평형대 아파트 전세를 얻는데 1억원 이상
들어가는 것은 보통이다.

세입자들로선 뾰족한 답이 없는 실정이다.

이럴 때는 차선책을 취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재계약을 앞둔 세입자들은 인상분중 일정금액을 부담하고 재계약을
하는게 낫다.

다행히 집주인과 세입자들은 그동안 상승한 전세차액의 60~80%를 부담하고
재계약을 하는 추세다.

감정적인 대응보다 한발씩 양보하며 타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사정상 집을 옮겨야 하는 수요자들은 이번 기회에 서울 외곽지역과 수도권
으로 눈을 돌려볼 만하다.

아직 서울 상계동 가양동 신도림동 일대와 용인 김포 의정부 등 수도권에선
전세물건을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

가격도 서울 도심의 80%선으로 낮은 편이고 교통여건이 많이 개선돼 출퇴근
하는데도 큰 문제가 없다.

전세금은 자금이 묶여 있는 무수익 자산이니만큼 가급적 싸게 얻는게 유리
하다.

요즘처럼 전세물건이 귀할 때는 남보다 반박자 빨리 움직이는 것도 효율적인
재테크의 한 방편이다.

< 유대형 기자 yoo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