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등기가 비추는 영상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불이 꺼지면 실체도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늘 보는 자연 풍경은 밤이 되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실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불이 꺼지기 전에는 환등기의 영상인지, 실체를 가진 자연의 모습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데서 비극이 발생하곤 한다.

주식시장에선 영상의 아름다움과 실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갭을 거품이라고
부른다.

그런 간격은 시장 인기도에 따라 확대되기도 하고 좁혀지기도 한다.

그러나 언젠까지나 본질가치를 외면하지는 못한다.

마치 제 멋대로 날아다니는 물체가 결국 중력의 품으로 되돌아오는 것과
같다.

사람들이 냉정해진 것일까.

주식시장에선 인기와 본질가치 사이에 벌어진 간격을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 허정구 기자 huhu@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