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담당국장(최인동 보험감독1국장)은 우리의 말을 5분정도 듣더니
반문도 하지 않고 직접 채점해 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때 저는 만일
금감원이 나몰라라 하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등 많은 대안을 준비했지만
금감원은 너무나 신속히 재채점이라는 행동을 취했습니다"

작년말 보험중개인 시험 채점에 의문을 품고 이의를 제기했던 3명중 1명이
기자의 12월 31일자 글(일부 지역은 빠짐)을 보고 보낸 전자우편(E메일)
내용의 일부다.

그는 금감원이 민원을 묵살했다가 항의가 잇따르자 뒤늦게 진상규명에
나섰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두운
부분만을 찾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느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그는 "불합격으로 번복된 동료들의 아픈 마음은 헤아리기 힘들다"며 "아픈
상처가 빨리 아물기만 바랄 뿐이다"고 위로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금감원이 엉터리 채점을 한 것은 분명히 잘못한 일이지만 민원을 신속히
수용해 잘못을 바로잡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그가 하고 싶은
얘기인 듯하다.

기자도 그의 말에 동감한다.

국가기관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는 것을 숱하게 지켜본 국민들로선
금감원의 대응은 신선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해당사자가 많아 잘못을 감추기 어려웠겠지만 담당국장이 흔쾌히 다시
채점하겠다고 밝히고 기관의 신뢰실추나 문책을 두려워하지 않고 약속을
지킨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재 채점으로 합격이 취소된 사람들의 항변을 들어보면 정반대
얘기뿐이다.

이들은 "금감원이 너무나 상투적이고 책임없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최 국장 면담후 신청한 금융감독원장 면담이 성사되지 않아 10여명이
금감원 로비에서 다시 최 국장 면담을 시도했으나 30여분을 기다리게 하고
담당직원은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무책임한 말만 해댔다"고 주장한다.

금감원이 불합격으로 번복된 이들을 아무런 근거없이 "구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부정행위를 했거나 응시원서의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이외에는 합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금감원이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는 명확지 않다.

그렇다고 금감원이 "상처 받은" 민원인들을 고압적이고 불성실하게 대할
이유는 없다.

모두 금감원이 잘못해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 허귀식 경제부 기자 windo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