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 서울대 교수 / 국제지역원장 >

드디어 20세기가 가고 21세기가 눈앞에 성큼 펼쳐졌다.

이제 새 시대에 경영자가 화두로 삼아야 할 단어를 논의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듯 싶다.

20세기 후반부에 일어난 기업 경영의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로 많은
사람들이 3C를 꼽는다.

즉 C로 시작하는 컴퓨터 (computer) 통신 (communication) 경쟁
(competition) 이다.

컴퓨터를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으로 선정한 타임지의 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컴퓨터는 이미 기업 경영은 물론 우리 삶의 핵심에 깊게 자리잡고
있다.

가히 혁명적인 통신 기술의 발달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 사이의 공간적
간격을 좁혀주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의식구조와 생활양식 자체를 바꿔놓았고 거대한 단일
문화권을 형성했다.

이제 세계 인류는 하나의 문화를 누리는 지구촌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경쟁 역시 20세기 후반의 산물이 아닌가 싶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세계는 인류가 원하는 만큼의 재화를 공급하지
못하는 만성적인 공급부족 상황에 있었다.

그리하여 대부분의 산업에서 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기계를 돌려 물건을
만들기만 하면 모든 제품이 저절로 팔리는 손쉬운 시대를 즐겼다.

그러나 대량생산의 길이 열리면서 제조기술과 유통의 발전으로 인해 이젠
오히려 시장에서 만성적인 수요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즉 공급능력을 지나치게 가진 기업간에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기업은 구조조정을 당하거나 자연도태의 길을
강요받게 된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컴퓨터 통신 경쟁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것이 아닐 정도로
우리 생활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

그렇다면 새 시대에 기업 경영자가 화두로 삼아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 화두는 디지털 혁명의 완성이다.

이미 컴퓨터 정보통신 분야는 20세기에도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통신이 결합해서 새롭게 창출해내는 인터넷 세계는 이제
막 꽃망울이 달린 정도의 새로운 분야다.

인터넷 산업은 공장 중심의 고정관념을 탈피할 때 본격적인 성장을 하겠지만
어떻든 향후 5년 안에는 우리 삶의 모든 부문에 깊숙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주변에 우후죽순격으로 자라나는 새롭고도 다양한 분야를 하나의
미래산업으로 엮어줄 수 있는 키워드는 디지털화라고 할 수 있다.

둘째 화두는 유전자 공학이다.

이미 우리 식탁은 유전자가 변형된 곡물과 야채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

세계 다섯번째로 동물 복제에 성공한 동시에 사상 최초로 복제소를 대량생산
한국의 축산업에 이바지하고 있는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황우석 교수에 의하면
현재 동물 복제를 시행할 수 있는 연구소는 전세계에 1천군데가 넘는다고
한다.

또 인간 복제는 아직 어디에서도 시작하고 있지 않지만 기술적 가능성은
이미 확인돼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인간과 동일한 DNA 구조를 가지고 있는 돼지를 이용한 인간
장기의 배양도 가능하다고 한다.

DNA를 이용한 각종 동.식물의 사육과 인간 수명의 연장은 더 이상 공상의
세계가 아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에 무한한 성장기회를 제공해 줄 것이다.

셋째 화두는 디자인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경제활동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분야인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을 이룬 학문은 단연 경영학이었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과학적 관리법에 의존해 대량생산의 길을 연 기업
경영자들은 그 후 인간관계론 시스템론 마케팅관리 투자론 전략이론 등으로
이어지는 학문발전을 통해 기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공장에서의 생산활동보다는 시장에서 소비자 행태를 분석해서 고객
만족을 도모하는 마케팅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단순히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는 수동적인
방법으로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게 됐다.

이제는 고객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욕구를 찾아내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창조해야 한다.

또 기업 구성원들이 근로활동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창조적인 역할을
부여해 줘야 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기업은 이제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조직이 아니라 새
시대를 창조하는 역동적 주체가 돼야 한다.

기업에서 일어날 이러한 창조과정은 오로지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디자인을 통해서 이뤄낼 수 있다.

즉 디자인 능력을 갖춘 경영자만이 기업을 선두주자로 이끌어 올릴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 21세기를 맞아 경영자들은 3C 대신 디지털( Digital )
유전자(DNA) 디자인( Design )으로 구성된 3D를 새로운 화두로 삼아 구성원과
함께 원하는 비전을 달성하기 바란다.

< cho@ips.or.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6일자 ).